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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르따 Nov 14. 2024

베네치아의 르네상스 (1) 산 자카리아 제단화 - 3

이 그림의 제목은 Sacra conversazione (성스러운 대화)로 베네치아 르네상스 시대에 아주 많이 그려졌던 주제였다. 이 그림을 그린 죠반니 벨리니 역시 이 그림뿐 아니라 다른 sacra conversazione를 몇몇 남겼다. 

기본적으로 성모와 아기 예수가 중심에 있고 그 주변에 다른 시대의 성인들과 천사들이 모여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성인이 그려지냐는 의뢰인 가문과 직업, 그림이 놓일 장소에서 중요한 성인들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각기 다른 성인들을 여러 sacra conversazione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어벤저스처럼 좋아하는 성인들을 다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래의 두 그림은 죠반니 벨리니의 다른 sacra conversazione이다. 


더 많은 성인들과 천사들이 빼곡하게 채플에 모여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가장 왼쪽에 수도사 복장을 하고 있는 성인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이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가슴에 옷이 열린 부분이 보이고 그 열린 부분을 가리키는 왼손과 손바닥을 보이는 오른손에는 작은 상처가 보인다. 이는 예수가 십자가 못 박힐 때 난 손의 못자국과 창에 옆구리가 찔려 난 성흔이 성 프란체스코에게 나타난 기적을 보여준다. 이로써 이 기적을 아는 사람 누가라도  그는 성 프란체스코임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그림 우측의 거의 나체로 있는 젊은 남자가 화살에 박힌 채로 결박이 되어있는 모습이다. 성 세바스찬으로 그 역시 순교할 때 모습이 그를 묘사한 거의 대부분의 그림에 그려진다. 원래 로마 군인이었던 그는 아직 기독교가 박해를 받을 적에 기독교인임이 드러나 손이 뒤로 묶인 채로 화살을 맞아 처형당하는 선고를 받았다. 여러 차례 화살을 맞았음에도 죽지 않는 (결국엔 죽었기 때문에 순교가 되었을 거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순교 스토리는 비슷한 흐름을 갖는다. 기독교인으로 박해를 받고 믿음을 저버리도록 강요받다가 끝까지 거부한다. 그래서 사형 또는 고문형에 처해지면서 고통을 받는 와중에도 신앙을 유지해 박해자들이 모두 신의 힘을 알아챌 수 있도록 순교자가 죽지 않도록 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래서 많은 순교 성인들은 그들이 죽을 당시 받았던 고문이나 사형 방식의 모습으로 묘사가 되어 상당히 끔찍한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건장하고 요염한 남성의 몸을 드러내는 성 세바스챤은 실신한 신앙의 상징으로써 그의 그림을 많이 집이나 공공장소에 두는데 한편으로는 패티쉬적인 요소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성모는 고귀함의 상징으로 청금석으로 만든 울트라마린 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이 전의 산 자카리아의 그림과는 성모의 시선이 전방의 위를 쳐다보고 있어 좀 더 근엄하고 주체적으로 보인다. 


이 아래의 그림은 보다 적은 성인과 함께 성모자가 그려져 있는 죠반니 벨리닌의 또 다른 sacra conversazione다. 왼쪽은 성 카타리나 오른쪽은 성 막달레나이다.  성모는 그림의 왼쪽을 주시하고 있고 오른쪽의 막달레나는 지긋이 눈을 아래로 뜨고 있다. 반면에 왼쪽의 성 카타리나는 그림 밖의 우리를 쳐다보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즘 주의를 환기시키고 함께 자신을 들여다보게 끔 하는 효과를 낸다. 


죠반니 벨리니, Sacra conversazione del Prado,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보통 성모 마리아는 서구에는 대명사로 많이 지칭된다. 영어로는 Our lady, 독일어에서는 (Jung) frau 융프라우, 이탈리아어에는 Madonna 마돈나로 더 많이 불린다. 존엄한 분의 존함을 바로 부르기보다는 여자 중의 여자 하면 성모 마리아이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독일에는 프라우언키으헤 (Frauenkirche)라고 이름 붙여진 성당들이 많은 도시들에 있는데 모두 다 성모마리아를 기리는 성당이라고 보면 된다.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스위스의 융프라우봉도 유럽에서 가장 높은 만큼 가장 높으신 성모님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독일 뮌헨의 랜드마크 프라우언 성당


어마어마한 가격의 열차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스위스 융프라우 봉

마돈나는 Ma (나의) + Donna(여인)이라는 합성어다. 한국에서 놀랄 때 엄마야!라고 하듯이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감탄사로 Madonna! 를 외친다. 이탈리안 스테레오 타입 중의 하나인 Mamma mia! 역시 mamma(엄마)+ mia(나의) 합성어로 여기서 엄마가 성모를 뜻하기에 madonna와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주인공을 프리마돈나라고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조합된 단어를 분해할 때 Pri + madonna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리마 prima(첫 번째)가 한 단어이고 거기에 여성을 뜻하는 돈나 donna가 덧붙여져 프리마 + 돈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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