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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글이드 Apr 25. 2020

인턴, 또 할 수 있을까?

(2018.4~6) 그럴듯한 인턴 경험기

2년 만에 브런치를 쓴다. 발행주기가 3개월이라고 적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더딘 것 같았으나 실은 빠르게 흘렀다. 그럴듯한 구직의 끝은 선택이었다. 평소 애정하던 스타트업과 새로이 관심이 커진 스타트업 지원기관 중 택해야 했다. 어리석게도 누가 차라리 선택해주면 싶었다. 당시 점이라도 보러 갈까 고민했을 정도니, 내게는 참 어려운 결정이었다. 결국 순간의 마음이 더 끌리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입사한 지 2년 차가 됐다.


시작은 채용 연계형 인턴이었다. 이미 대학 졸업 전 3번의 인턴 경험이 있었다. 졸업 후에는 스타트업 경험이 있었고, 퇴사 후 과감히 떠난 미국과 말레이시아에서의 경험까지 합하면 무려 6곳의 직장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27살, 다시 인턴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마냥 기쁜 일은 아니었다. 내게도 조직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분명한 좌절감을 느꼈다. 그간의 모든 경험은 큰 자산이었다. 그럼에도 왠지 지난날에 후회가 밀려왔다. 모두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주변에서 맴도는 기분이었다. 순간 반짝하고 끝나는 경험들로 삶이 채워지면 어쩌나. 불안정한 미래가, 실은 불안에 흔들리는 자신이 두려웠다.


그렇게 인턴 생활은 시작됐다. 과거의 경험은 새로운 업무를 적응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따금 불안감이 찾아오는 날엔 밤새 잠을 뒤척였다. 입사 후, 주변 모든 사람들은 내게 하나같이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나와 정말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실은 아직 모르겠다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웃음으로 답했다. 그렇게 조직에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이 힘들어졌다. 대신 아직까지 조직과 합을 맞춰나가는 기간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이 날, 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인지 깨달았다.


인턴 기간인 3개월은 정말 빠르게 흘렀다. 크고 작은 행사들을 서포트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잠시 제쳐뒀던 고민을 다시 꺼낼 시간이 찾아왔고, 그 사이 다른 옵션들도 생겨났다. 아무래도 대화가 필요했다. 조직, 그리고 조직 내 나를 아는 사람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용기 내 팀장님에게 저녁을 먹자고 했다.


괜히 이야기를 빙빙 돌리는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팀장님은 먼저 질문을 건넸다. 그리고 나는 고민하고 있는 점과 일하며 궁금했던 점들을 모두 물었다. 팀장님은 예상보다 더 솔직하게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닭발을 앞에 두고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첫 저녁식사에서 우리는 서로 눈물을 흘렸다. 이런 동료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함께라면 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큰 갈증으로 느낀 소속감이 다시 차오르는 듯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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