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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kiim Mar 04. 2016

프롤로그

한 글자와 여덟 단어

촌철살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느 촌, 그러니까 시골에서 쇠=철로 만든 흉기로 살인사건이 일어난 모습을 상상했다. 문자에다 아는 것 다 끌어다 붙여 재탄생한 이 무시무시한 사자성어 풀이. 사전을 찾아보니 '핵심을 찌르는 한 마디 경구'라는 뜻이었다. 그 뒤로 저 말을 무진장 좋아하며 나의 말이 그러하길 바랐다. 가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참고: 촌철살인(寸鐵殺人) 짤막한 경구(警句)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뒤흔듦.


한 글자와 여덟 단어는 카피라이터 두 분의 책 제목이다.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 필요 없이 핵심을 훅 찌르는, 그 울림의 넓고 깊음이 좋았다. (뜬금없이 책 소개인가)



남미여행을 임하는 나의 자세도 어쩌면 한 글자, 여덟 단어 같았다. 별 생각 없이 느닷없이 무턱대고 시작된 것도 그러하거니와 언어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는 점도.  브라질은 포르투갈어, 그 외 남미 지역은 스페인어를 쓴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고, 서반아어는 인사도, 예, 아니오도 모르고 덜컥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 시간이 28시간인가 하니 기내에서 공부하겠노라며 포켓 스페인어 회화, 서바이벌 스페인어를 챙겨 갔지만 그런 책의 단점은 질문만 있고 그에 대한 리액션이나 대답이 없다는 점과

가령 슈퍼마켓이 어디에요는 있는데 저 앞 삼거리 지나 오른 쪽에 있습니다는 없고 현지인이 대답해 준들 알아 들을 수가 없다는 점이 참 대략난감이다 할 수 있겠다


지금도 여전히 동서남북 중 남북 정도만 생각 나고 남=sur, 북=norte

스페인어 실력이 미천하다만

한 글자 또는 여덟단어로 충분했다.


그동안 너무 기본을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인사 잘하고

Hola! 올라!

Buenos Diaz! 부에노스 디아즈!

Buenos Tardes! 부에노스 따르데스!

Buenas Noches! 부에나스 노체스!


고맙다는 표현 잘하면

Gracias! 그라시아스!

되는 것이었다.

많은 말이 오갈 수도 오갈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새삼 낯가림에 내성적인 부분도 불현듯 많은 내 자신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능력에, 생존 본능에 다시금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언어 잘하면 좋지,

못하면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인사 잘하고 감사 잘하고...단, 말에 에너지가 있으니 진심으로 할 것.



남미여행기를 빙자한 나의 일기를 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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