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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가진 Jun 29. 2024

치앙마이 작은 식당에서 추억하는 나의 이야기 그리고..

기억이 좀 왜곡되어도 괜찮아

뜨거운 태양빛이 거리를 나뒹구는 종이를 태워버릴 정도로 더운 날.

치앙마이 Old city를 벗어나서 무작정 걸었다. 



오래된 기와지붕아래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

수십 년 전 이미 시간이 정지한듯한 고요한 공간. 그곳은 마치 이야기를  품은 편지지 같다.

그 지붕아래 들어 서자 과거의 한 순간으로 빨려 들어간다.


허기지는 느낌이 전혀 없는데, 주인장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고기덮밥 하나를 주문하고, 삐걱대는 나무테이블에 가방을 내려놓고, 얼음박스에서 꺼낸 얼음을 유리잔에 담고 미지근한 물을 부어 두 잔 정도 들이킨다.



그리고, 다시 물을 가득 채워  살짝 앞뒤로 흔들리며 삐걱삐걱하는 의자에 앉는 순간, 

국민학생시절 교실의 오래된 나무 책걸상이 떠오른다. 


과거를 추억하기도 전에 쉼없이 땀을 닦느라 지친다.

지붕을 뚫고 쏟아지는 38도가 넘는 열기는 그늘마저도 힘빠지게 만들어 버렸나보다


도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중 음식이 주인장의 손에 들려 나온다.


지나온 세월만큼 빛바래고 흠집난 플라스틱 접시를 기대했는데,

연청빛을 메인으로 녹색과 주황색으로 부분부분 맛을 낸 도자기가 나왔다.


몇 초가 지나서야 주인장의 정성 가득하고 깔끔한 요리가 눈에 들어온다.


음식보다 접시에 먼저 눈이 가는 건, 배가 아직 고프지 않아서일까, 기대하지 않았던 접시가 나와서일까.

음식은 보는 것처럼, 살짝 볶은 돼지고기와 초록빛 채소, 하얀 쌀밥, 그 위에 노릇하게 튀겨낸 계란프라이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고향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덮밥이 생각난다. 


보고싶은 엄마.


평소와는 다르게 숟가락을 천천히 들어 느리게 음식맛을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보려는 마음으로 구석구석을 본다


첫 손님 이후 몇 번의 계절을 지났을지 모를 모든것에 주인장, 여기를 찾았던 손님들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놓으며, 그들이 남긴것 처럼 나의 이야기 몇개를 둔다.

시간이지나  다시 찾아온 날, 

내가 두고간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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