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에서의 추억팔이
필리핀 세부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어느 주말, 한국, 일본, 베트남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필리핀의 숨겨진 보석, 카모테스 섬으로 떠나기로 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특별한 모험이 될 것만 같은 예감.
새벽을 깨우는 여정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4시, 졸린 눈을 비비며 숙소를 나섰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가이드 부부가 우리를 태우러 왔고, 우린 차에 몸을 싣고 다나오 항구로 향했다.
도로를 따라 차가 달릴수록 동쪽 하늘이 점점 밝아졌다. 새벽의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며 졸음을 깨웠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지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도착한 다나오 항구, 그리고 페리에 오르는 순간, 세부를 등지고 떠나는 설렘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카모테스 섬, 그 푸른 유혹
카모테스 섬은 필리핀 중부 비사야스 지역에 속하는 섬 그룹으로, “남쪽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of the South)“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해변, 짙푸른 바다, 신비로운 동굴과 호수까지… 자연이 만들어낸 완벽한 휴양지였다.
페리에서 내려 섬에 발을 디디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바다의 짭조름한 향과 흙 내음, 어디선가 불어오는 남국의 바람까지… 이곳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카모테스 섬 그룹은 네 개의 주요 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파시한 섬(Pacijan Island)
- 포로 섬(Poro Island)
- 폰손 섬(Ponson Island)
- 툴랑 섬(Tulang Island, 작은 섬)
카모테스 섬의 총 면적은 236.36 제곱킬로미터이며, 가장 높은 지점은 포로 섬의 알타비스타(Altavista) 산으로 해발 388미터입니다. 파시한 섬에는 세부 주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다나오 호수(Lake Danao)가 있으며, 그 면적은 650헥타르에 달합니다.
카모테스 섬은 "남쪽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of the South)"이라고도 불리며, 다음과 같은 다양한 관광 명소와 활동을 제공합니다:
- 티무보 동굴(Timubo Cave): 시원하고 맑은 지하 수영장이 있는 매력적인 동굴
- 다나오 호수(Lake Danao): 카약과 보트 타기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담수호
- 산티아고 베이 비치(Santiago Bay Beach): 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로 유명한 해변
- 부호 록 리조트(Buho Rock Resort): 절벽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모험 장소
- 부킬랏 동굴(Bukilat Cave): 자연 수영장과 인상적인 종유석과 석순이 있는 동굴
- 툴랑 디옷 섬(Tulang Diot Island): 맑은 물과 깨끗한 해변으로 유명한 작은 섬
- 산 프란시스코 교회: 파시한 섬의 산 프란시스코 마을에 위치한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인 교회
- 포로 교회: 아름다운 외관과 평화로운 환경으로 유명한 중요한 종교 유적지
카모테스 섬으로 가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세부시에서: 오션젯(Ocean Jet) 페리가 매일 오전 6시에 출발하여 약 1시간 45분 후 카모테스 섬의 포로 부두에 도착합니다
2. 다나오시에서: 조말리아(Jomalia) 페리가 운행되며, 약 2시간 후 카모테스 섬의 콘수엘로 부두에 도착합니다
예기치 못한 작은 모험: 펑크와 쉼표
먼저, 함께 탈 지프니를 섭외했다. 창문이 없는 작은 차량이었지만, 오히려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더욱 자유로웠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펑크 났어!”
가이드가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살폈고, 우리는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짜증보다는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멈춘 곳은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언덕. 마침 근처에 작은 가게가 있어 시원한 코코넛 주스를 한잔하며, 바다를 바라보며 강제 휴식을 즐겼다.
이제부터 시작될 모험을 위한 작은 쉼표 같은 순간이었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부호 록 리조트(Buho Rock Resort)
첫 번째 목적지는 부호 록 리조트.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곳은, 용기 있는 자만이 도전할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였다.
“10미터?!”
높이를 확인하는 순간, 다들 머뭇거렸지만, 일본인 친구와 나는 망설임 없이 절벽 끝으로 향했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공기, 심장이 쿵쾅거리던 순간, 우리는 바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와아아아악!”
찰나의 자유낙하 후, 온몸을 감싸는 시원한 바닷물.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친구들과 마주 보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어둠 속 맑은 물, 티무보 동굴(Timubo Cave)
두 번째 목적지는 티무보 동굴. 입구는 좁고 어두웠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마법처럼 맑은 물이 펼쳐졌다.
손을 담그자 시원한 감촉이 전해졌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동굴 안에서의 수영은 신비로웠다. 바닷물과 달리 짠맛도 없고, 차가운 물이 온몸을 감싸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평화로운 호수, 다나오 호수(Lake Danao)
세 번째로 향한 곳은 다나오 호수.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담수호로, 한눈에 들어오는 넓은 수면이 경이로웠다. 우리는 오리보트를 타고 천천히 물 위를 떠다니며, 조용한 호숫가의 풍경을 만끽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짚라인 있네?”
애초에 계획엔 없었지만, 우리를 유혹하는 1분 넘는 짚라인! 모두가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하늘을 가르며 내달리는 순간, 호수 위를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고,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낙조와 별빛, 산티아고 베이 비치(Santiago Bay Beach)
해가 저물 무렵, 마지막 목적지인 산티아고 베이 비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가이드 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우리만의 자유 시간이 시작되었다.
해변에 앉아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았다.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 시원한 바람, 그리고 점점 어둠이 내려앉으며 등장하는 별빛.
“이건 말도 안 돼…”
우리는 숨을 죽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단순히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 눈높이에 가득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아쉬운 작별, 그리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지프니를 타고 항구로 향했다. 세부로 돌아가는 배에 오르며, 우리는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 여행, 진짜 최고였어.”
여행이란 새로운 곳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만드는 이야기다. 카모테스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특별한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별이 가득한 그 밤을 떠올리며 조용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