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박사과정,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다
지난여름은 한국으로 돌아가 반가운 이들과 함께 보냈다. 한국에서의 한 달 반은 지난 1년 동안의 모든 스트레스와 긴장을 다 놓고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지난여름을 생각하면 마음의 온도가 뜨끈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미국 경제학 박사과정생은 어느 학교이건 상관없이 1년 차가 끝나는 시점에 퀄이라고 불리는 시험을 본다. 그냥 시험이 아니라 경제학 박사과정을 지속할 "자격"이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이다. 합격률은 학교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는 평균적으로 30~40%의 학생이 이 시험에서 탈락해 집으로 돌아간다. 6월 말에 첫 번째 시험을 보고, 탈락할 경우 8월 말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 나는 1차 시험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은 놀아도 노는 게 아니었다. 거시는 자신 있었지만 미시가 불안했다. 어쩌면 당연하다. 절대적인 공부량도 부족했을뿐더러 어떤 문제도 완벽하게 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거시와 미시 모두 1차에 합격했다. 결과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 난 이후에도 혹시 몰라 합격 레터를 몇 번씩 다시 확인해야만 했다.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여전히 합격이다.
“당연히 한 번에 다 합격할 줄 알았어!”
합격 소식을 듣고서 가족들 친구들은 다들 한 목소리로 축하하며 말했다. 나를 믿지 않았던 것은 나 혼자 뿐이었나 보다. 그래서 퀄을 준비하는 동안 그렇게나 외로운 기분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이제 와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언제나 그랬다.
이제 다음 장이다. 지금부터 가야 할 길에는 족보도 없고, 벼락치기도 없다. 하루의 시험으로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지도 않을 테다. 절반은 걱정되지만 절반은 기대된다. 긍정과 성실함이 늘 이긴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