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김미경 강사의 유튜브 쇼츠에서 앗차 싶은 발견을 했습니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것은 원천기술이고, 경비와 친해져서 피아노교실 현수막을 아파트에 걸어놓을 수 있는 것은 가공기술이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공기술이 있어야 원천기술을 가지고 먹고살 수 있다고요.
원천기술과 가공기술, 조금은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이 두 가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원천기술이 가공기술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가공기술이 원천기술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원천기술과 가공기술을 명확한 단어로 분리해서 설명한 김미경 강사님의 말이 요즘 저에게 특히 필요했던 깨달음이었을까요, 그래서인지 이 내용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회사를 예로 들자면 잘 만든 제품은 원천기술이고 그것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브랜딩은 가공기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카콜라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영어발음을 한자로 살리기 위해 커커컨라(蝌蝌啃蜡)라 불렀습니다. 표의문자인 한자어의 한계 때문이죠. 하지만 이 말이 뜻을 풀어보면 '올챙이가 양초를 삼키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런 속뜻을 가진 이름 때문인지 코카콜라는 초기에 사람들이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코카콜라는 더 좋은 이름을 공모해서 커코우커러(可口可乐)라는 '입에 착 감기는, 먹을수록 즐거운'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습니다. 이후 코카콜라의 매출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크게 올랐고 지금까지도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이름만 바뀐 것인데도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제품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다는 것이 흥미롭죠.
음식은 맛있는데 잘 안 되는 식당의 특징 역시 브랜딩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맛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가야 했던 반면 요즘은 반경 1km 내로 갈 수 있는 맛집들을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음식에 대한 자부심만 갖고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셈이죠. 저는 이제껏 원천기술을 갈고닦을 생각만 했지 그것을 잘 가공할 생각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원천기술만으로는 즐거운 취미 생활 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이것을 수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공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나만의 것들이죠. 절대음감처럼 타고나야만 하는 원천기술도 있고 오랜 시간 갈고닦아야 내 것이 되는 원천기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즘은 내가 겪은 경험을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중한 원천기술입니다. '어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원을 주웠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곧 유기견을 위한 기부함을 발견해 기부를 했고 이는 더욱 큰 기쁨으로 다가오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면 한 문장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경험이 한 시간을 재미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한 에피소드가 됩니다.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도 어떻게 포장을 해서 내어놓는가에 따라 귀가 솔깃해지고, 재미있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내 경험은 그보다 더 많은 울림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포장을 잘하는 것보다 내용물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가공기술만으로는 잠깐 성공할 수는 있어도 오래가는 것은 곧 힘에 부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원천기술을 잘 갈고닦아놓아도 어떻게 브랜딩을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가닿는 것이 천차만별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원천기술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고서라도 사람들이 찾아와 주었겠지만 방구석에 일어난 일이 세계 반대편에 가닿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정보화시대에는 내가 가진 원천 기술을 어떻게 세상에 내보일 것인가가 원천기술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입니다.
원천기술도 가공기술도 그 능력을 익히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정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반드시 결과로 나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김미경 강사님이 하신 말처럼 노력의 선을 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겠지만 원천기술과 가공기술을 조합해 잘 활용할 줄만 알아도 누구나 보통 이상의 아웃풋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