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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Oct 26. 2022

파키스탄 수해와 그 이후(오사마 빈 라덴?)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는 파키스탄에는 왜 구호단체의 도움이 급감했는가?



그런 이유로, 화상 영어회화 수업에서 인도계 미국인 선생님과 파키스탄 수해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은 내가 이 글을 쓰도록 하는 촉발제가 되었다.



혹시 파키스탄에 역대급 홍수가 났다는 사실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 홍수가 끝났음에도 복구가 더뎌 홍수로 불어난 더러운 물로 인한 질병에 노출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는가?


사실 우리는 강남에 물이 넘치던 기억만 강렬하게 가지고 있다. 내가 파키스탄의 홍수 소식을 알게 된 것은 아침마다 듣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심지어 그 내용도 '홍수가 났다'가 아니라 국토 1/3을 뒤덮은 홍수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버스 대신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니 그 전이었나, 국제면 기사를 훑다가 ‘경제면'에서 파키스탄의 기사를 보기는 했다만(홍수에도 불구,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 그때는 건조하게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멀쩡해 보이던 딸이 갑자기 구토를 하길래 수인성 질병인 말라리아임을 직감했지만, 폭우로 망가진 도로에 30분 걸리던 병원을 2시간을 걸려갈 수밖에 없었던, 결국 죽어버린 딸을 묻고 싶어도 묘지조차 물에 잠긴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이야기를 알리는 것  




1. 왜 이렇게 역대급 홍수가 발생했나?


국토의 1/3을 덮는 폭우라니, 우리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긴다 해도 무슨 디스토피아 영화냐고 할 것 같은 일이 그곳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이유는 모두가 예상했겠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이다.


물에 잠긴 파키스탄


원래 몬순시즌인 7월에서 9월 사이는 우기로 비가 많이 오는 것은 들어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5월에 이어진 40도 이상의 폭염으로 공기 중의 수분 보유량이 늘어나고, 빙하가 녹는 등 여름의 폭우가 예상되는 징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결국 1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1/3은 어린이라고..), 인구의 1/7인 3천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는 막대한 홍수가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홍수 피해를 입은 셈이다...!


파키스탄은 인도, 스리랑카와 같은 남아시아 국가로, GDP의 21%(2021년 기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세계 4위에 달하는 쌀 생산국이다.  하지만 국가 식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신드주 지역을 비롯하여 모든 농경지가 물에 잠겨 수확은 물론이고, 질어진 땅에 겨울에 예정된 이모작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먹을 것이 없다.


파키스탄은 원래도 낮은 식량안보지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113개국 중 84위로 100점 만점에 52.2점을 기록했다.


식량안보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는 4가지로  ①경제성(Affordability, 경제적 접근성·식품 구매능력),  ②가용성(Availability, 국가적 식량 공급 능력), ③품질 및 안전(Quality and Safety, 식품 안정성),  ④지속가능성 및 적응성(Sustainability and Adaptation)이 있는데, 파키스탄은 특히 이 네 번째 지표 '지속가능성과 적응성(Sustainability and Adapation)'에 있어 37.7점(106위)으로 최하를 기록했다.



출처: Economist Impact


 

이 지표가 낮은 것은 이번에 발생한 수해를 막지 못한 것 과도 관련이 깊은데, 해당 지표야 말로 기후위기와 같은 재난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 리스크 대응 체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출처: Economist Impact


파키스탄은 농업이 주로 쌀과 밀을 이모작 하는 국가임에도 주식인 밀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해 수입하는 실정이고, 그마저도 품질 좋은 비료와 종자의 부족, 물 부족 등으로 인하여 미래가 어두웠다. 심지어 코로나 19로 흔들리던 이 나라에 메뚜기떼는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등장(2020)했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의 기근으로 그마저도 부족한 식량이 불법적으로 빼돌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밀의 주 수입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발로 인해 파키스탄의 식량안보는 걷잡을 수 없이 미궁으로 빠져버리고 있었는데...  wow… 홍수마저 덮쳐버린 것이다.


2. 왜 제대로 대처가 되지 않고 있나? 오사마 빈 라덴은 무슨 소리?


홍수가 아무리 대규모였다고 하지만 8월에 내린 홍수에 10월까지도 버스 대신 보트를 타고 다니는 것은 확실히 재난 대응체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에도 파키스탄에는 대홍수가 발생했다 한다. 하지만 그때는 즉각적인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구호물자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12년이나 지난 2022년에는 구호단체가 오히려 급감하여 물자 지원이 어려웠던 걸까?  그 이면의 '일부'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있다고 한다.

오사마 빈라덴 사망지(출처: 서울신문)


당최 무슨 소린지…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아프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은 종종 파키스탄에 은신하곤 했었는데 미군의 사살(2011년) 당시에도 파키스탄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다.


뉴욕 타임스의 설명에 따르면 CIA는 오사마 빈 라덴의 거주지 추적을 위해 기존의 구호단체를 활용해 '가짜 백신 접종 작전'을 펼쳤다 한다.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핑계로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후 그 내막이 밝혀지고는 모든 구호단체가 그 의도의 순수성에 대하여 의심받기 시작했다. 탈레반의 위협 속이 목숨 부지가 미션이 된 이들은 결국 파키스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에 맞서 국제적 손길이 닿기엔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생겨버렸다.


물에 빠진 집기를 챙겨 이동하는 사람들(1차출처:  연합뉴스/ 2차출처: 동아사이언스)



파키스탄 아이들이 백신을 맞는 모습(출처: 경향신문)


사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면 근본적인 역사 속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에 쉬이 판단하지는 않겠으나 결국 욕심과 탐욕에 대한 희생은 제일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 져야 하는 것 역시 역사 속 교훈 그대로이다.


백신 관련 작전은 사실 조금 의아했던 게 사실인데,  2014년의 한 기사를 보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건으로 '실제' 백신 접종 활동가들이 탈레반의 공격이 두려워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연명함으로써, 세계 대부분 박멸된 소아마비에 대한 백신 접종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하여 소아마비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CIA로서는 정말 탁월한 작전이었겠으나 이후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의 의료, 보건 상황은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이 추락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3. 줌파 라히리와 고통에 대한 선택적 접근


줌파 라히리라는 작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로 대표작인 <축복받은 집>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그녀의 책을 모두 쟁여두었다. 라히리는 인도계 미국인으로서 그녀의 소설에서도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그린더. 그러고 보면 미국의 흑인, 남미인 또는 미국계 한국인의 이야기는 접할 기회가 있었으나 미국계 인도인의 이야기는 시트콤 '빅뱅이론'의 라지 이후로는 처음이었다(라지 역시 코미디적 요소로 활용된 점은 있으나, 어떤 마음의 벽을 제거함에 있어선 좋은 시도였다 생각한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한때 인도였고, 종교로 인한 갈등과 전쟁으로 갈라졌다는 역사적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소설 속에서 실제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다가오는 압도적 무게감은 달랐다.  그래서 역사적 모티브를 개인의 서사로 풀어내는 한강 작가의 글도 좋아한다.


그런 배경으로, '링글(Ringle)'이라는 원어민 화상 영어회화 수업에서 인도계 미국인 선생님과 파키스탄 수해에 대하여 논의했던 것은 내가 이 글을 쓰도록 하는 촉발제가 되었다. 그녀와 나는  '고통을 다루는 데에도 선택적 접근'이 있는 현실에 함께 분개하였다.


현재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가 말했다.


왜 다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는 그토록 추모하면서, 국가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수천만 명이 고통에 신음하는 파키스탄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가? White color의 이야기만큼 brown-colored people의 이야기도 중요하다는 것을 왜 알아주지 않는가?





*개도국의 이슈를 단편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편견을 깨기 위해 조사하고 글을 씁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사회의 한 단면일 뿐임을 함께 느끼면 좋겠습니다.

** 잠깐의 조사가 한 국가의 방대한 면을 모두 담기란 어렵습니다. 글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그 지혜를 공유해주세요. 모두의 지혜가 모여 더 나은 인식을 만드리라 믿습니다.



1."Pakistan, Under Water", The daily (The Newyork Times) ,22.10.05

2. 김민재, "국가의 1/3이 잠긴 파키스탄… 올해 홍수 피해가 유독 큰 이유는?", 사이언스 타임스, 22.09.16

3. 서강철, 파키스탄의 농업현황과 정책, <세계 농업 제190호>, 2016.6.16.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4. 이영애, "막대한 홍수 피해 파키스탄 장관 "기후변화 일으킨 선진국이 배상해야", 동아사이언스, 2022.09.05

5.  이용성, "파키스탄 우기 홍수로 1천 명 넘게 사망…“국토 3분의 1 잠길 수도”, 조선비즈, 2022.08.29

6. Amjad Mahmood, A bleak prognosis of wheat, "Dawn", 2022.Feb.14

7.: A global food crisis is brewing", Dawn, The Business and Finance Weekly, 2021.03.29

7. "GCC 국가, 지난해 식량안보지수 순위는?", KATI 해외시장동향, 2021.03.31

8. 윤승민, "빈라덴 잡은 ‘백신작전’ 소아마비 증가시켜", 경향신문, 2014.06.10

10. Economist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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