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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anni Nov 03. 2024

노키즈존

세상에 내게 이렇게 소중한 생명이 대놓고 배제받고 차별받는다니


노키즈존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어떠한 가치판단도 비판도 수용도 없이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


오늘 부모님 지인이 예약한 식당에 갔다. 노키즈존이었다. 세상에.. 처음이었다. 아기랑 함께 맞이한 노키즈존은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 배제와 차별이 가득한 공간일 뿐이었다.


아기의자는 당연히 없거니와 아이와 실내에 있기도 눈치가 보였다. 나는 밥을 먹지 않고 아이와 밖에 나와 고양이를 구경하고 지나가는 자전거를 보았다. 그러다가 차에 들어가 수유를 했다(조금 서러웠다). 밥을 일찍 먹고 나온 친정엄마가 아기를 챙겨주어서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친정에 와서는 동네 횟집을 가도 돼지국밥집을 가도 항상 아기의자가 있었다. 오히려 서울보다 나았다. 어디서든 환영받고 어디서든 이쁨 받았다.


그런데 노키즈존이라는 네 글자 앞에서 아기는 갑자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세상에 내게 이렇게 소중한 생명이 대놓고 배제받고 차별받는다는 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혹자는 어덜트존은 필요하다고 한다. 나도 아기 없이 혼자 즐기는 사색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키즈존이 차별과 약자혐오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왁자지껄한 아저씨들의 테이블은 신경도 안쓰면서 아이의 울음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약자혐오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나는 오늘 그 혐오와 차별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내 소중한 아기를 한번 더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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