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3년 차가 되었다. 떠나온 시간만큼 한국의 생활들은 점차 잊혀 가고, 두고 온 절친한 지인들도 그냥 지인이 되어가고 있다. 떠나온 시간만큼 새로운 생활을 만들어 갔고, 나름의 친구들도 생기고 절친하다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도 생겼다. 아, 올해는 사랑하는 이도 생겼다. 떠나온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나는 다시 한국에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떠나왔지만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데.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국인의 삶은 일종의 '일'이다. 여기서 나고 자란 이들은 태어 나자 마자 이곳에 녹아난다. 언어도 자연스럽게 익히며, 문화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외국인의 나는 내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로 말하고 소통하고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하며, 새로운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며, 언제까지나 이방인의 쓸쓸함을 한편에 보듬는 일을 해야 한다. 이 곳에서 살아가는 햇수가 늘수록 이 모든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점점 더 절실히 깨닫는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간절히 생각하고 바라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내 뒤통수를 치는 그런 것이므로 안심할 수가 없다. 학생으로의 2년 더의 시간, 그 이후 주어지는 1년의 추가 비자. 총 3년의 시간 이후에 아직도 내가 여기서 살아가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언젠가부터 기록하는 것을 멈췄다. 무언가를 쓴다는 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3년, 이곳에서 확실히 머물 시간을 조금 더 확실하게 남겨놓고 싶어 어렵게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간다. 내가 써 내려간 글들을 돌이켜 보면서 내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갔는지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