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지.
어렸을 때 라디오 디제이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모두가 다 듣는 노래가 아닌, 꽤 레어하다고 생각되는 노래들을 많이 알고 있었고, 목소리도 나쁘지 않았고, 말을 하라고 하면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나라서 ‘천직일지도?’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라디오 디제이는 아나운서나 연예인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서 빠르게 포기했었다. 그렇게 묻어뒀던 오래전 꿈이 몇 년 전 나도 모르게 싹을 틔우고, 자기를 봐달라고 몸부림치며 꾸물꾸물 자라나기 시작했다. 1~2년 전쯤, 친구가 학교 졸업작품 때문에 샀던 콘덴서 마이크를 무료로 받게 되면서 ‘아, 정말 시작해볼까?’ 했지만, 이 마이크를 쓰려니 필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취미생활에 또 돈을 쓸 것인가…’ 하는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흘렀다. 사실 팟캐스트를 하고 싶긴 했지만, 어떤 방송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올해, 뭔가 벼락 맞은 것처럼 ‘지금이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콘덴서 마이크를 컴퓨터에 연결하기 위해 오디오 인터페이스, USB-C to C 케이블, XLR Male - XLR Female 마이크 케이블, 콘덴서 마이크 스탠드까지 구매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만나, 우리 둘은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여기저기에서 궁금증이 생겨 항상 구글과 챗GPT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곤 하는데, 실없는 정보라도 뭔가 새롭게 알게 되면 그게 너무 재미있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끝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아,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다른 누군가도 이런 걸 좋아하지 않을까? 온라인에 ‘네덜란드 여행’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풍차, 치즈, 홍등가 이야기 말고,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팟캐스트 제목은 브런치의 이름이기도 하고, 예전에 유튜브를 찔끔 시도해보려 했던 채널명이기도 한 Here and There, bit by bit. 여기저기, 이것저것. 그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딱 맞는 이름이다. 오래전에 이런 채널명을 만들어뒀던 나, 칭찬해.
지금까지 총 세 개의 에피소드를 올렸는데, 유튜브처럼 영상을 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만 녹음하면 되는 건데 ‘뭐 그렇게 힘들겠어?’ 하고 쉽게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요즘 매우 후려치고 싶다. 역시 뭐든 해보기 전엔 다 쉬워 보이는 법. 지금까지 느낀 어려운 점은 일단, 발음. 0개 국어 구사자가 되어버린 나는 요즘 한국어 발음도 영어 발음도 많이 꼬여서 버벅거릴 때가 많은데, 팟캐스트 녹음할 때도 이 문제가 가장 크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 기운이 쭉 빠져서 “휴, 오늘은 그만 접고 내일 하자…”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자꾸 시도했다 실패해서 다음 날로 넘기고 하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두 번째로는 듣기 싫은 말하는 습관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그래서’, ‘음’, ‘어’ 등등 내가 자주 쓰는 말버릇을 팟캐스트 편집하면서 마주하게 됐는데, 가까운 미래엔 꼭 고치고 싶다. 팟캐스트를 계속 녹음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 세 번째는 침 삼키는 소리, 발음할 때 나는 바람 소리 같은 것인데, 이건 마이크 위치를 조정하면서 좀 다듬어봐야 할 것 같다. 생업도 하면서, 가족과 시간도 보내면서 팟캐스트 녹음을 하려니 한 에피소드에 일주일은 꼬박 걸리는 것 같다.
내가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나서, 남편도 내가 다루는 주제가 본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보니 같이 하고 싶어한다. ㅎㅎ 영어로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한국인 특유의 자기검열이 너무 심해서 팟캐스트 편집하다가 한 에피소드도 못 올릴 것 같아 일단 한국어로 시작한 것도 있는데 그래도 일 년 정도 꾸준히 하게 된다면, 남편이랑 같이 동일한 내용으로 영어 팟캐스트를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크립트도 녹음도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곧 큰 틀이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취미든 일이든 뭔가 새롭게 시작하면 ‘이걸로 돈을 어떻게 벌 수 있을까?’가 나의 주된 고민이었는데, 이 팟캐스트는 오랜만에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재미만으로 시작했다. 재미있게, 꾸준하게. 그리고 조금만 더 욕심을 내본다면, 나의 이야기와 관심사, 취향이 맞는 청취자들이 어느 정도 생긴다면 참 좋겠다.
팟캐스트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타고 들으러 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