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만족.
2021년 네덜란드 생활 6년 차에 처음으로 비옷을 샀었다. 그때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는
1. 기장 - 무조건 무릎 밑으로 내려올 것.
자전거를 탈 때 조금이라도 허벅지를 보호하기 위해.
2. 모자에 캡이 달려 있을 것.
비가 오면 빗물이 눈으로 흘러 눈이 너무 따가워 자전거를 멈췄던 적이 왕왕 있었기에.
3. 주머니 있을 것.
뭐든 주머니가 있는 게 편하니까.
그리하여 사게 된 Maium의 오리지널 디자인.
그리고 남겨보는 실사용 후기와 추가 구매 목록에 대한 후기.
나는 M size를 샀고 꽤 낙낙하다. 입어보고 사면 좋은데 아이템이 들어가 있는 매장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색상은 화이트 컬러로. 어두운 비 오는 밤 검은색이나 어두운 컬러의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나는 흰색으로 골랐다.
원하던 대로, 기장이 무릎 밑으로 내려오고, 모자와 모자 갭도 있고, 주머니까지 있는 조건에 100프로 부합하는 디자인이었지만.... 입다 보니 느낀 불편함이 조금 있다.
1. 모자
후드가 애매하게 이마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다. 손으로 캡을 잡지 않으면 자꾸 뒤로 넘어감.
왠지 XS, S, M 후드 부분이 같은 ratio로 작업되어 커진 사이즈에 비해 모자가 작게 달려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남편은 L 사이즈를 입는데 아주 안정적으로 머리를 잘 덮어준다. ㅠㅠ
내 머리가 너무 큰 걸까!?
2. 목 부분 여밈
모델컷에는 안정적으로 모델 턱 밑에 여밈이 가는데... 내가 입으니 코 마로 밑?
그래서 한 번도 단추를 제대로 여민 적이 없던 것 같다.
내 목이 너무 짧은 걸까?
3. 주머니
사진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몸판에 봉제가 되어 있다. 대각선 디자인도 살리면서 비가 들어오는 걸 최소한으로 하기 위함인 것 같은데... 은근 불편하다. 저 플랩을 열어서 뭘 넣고 꺼내기가 정말...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불편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봉제가 되어 있어 주머니에 넣은 뭔가를 잃어버렸을까 걱정되지는 않음.
4. 자전거 탈 때 허벅지 보호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빗물이 허벅지와 하체 부분을 젖게 하는 게 정말 여러모로 꿉꿉하게 느끼게 되는 큰 이유인데, 그래서 왠지 이 디자인은 여러모로 나를 보송하게 지켜줄 것 같다는 희망이 있었다. 아래 사진처럼 옆 지퍼를 다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속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전거를 타면 되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붉은 동그라미 친 부분이 펄럭이면서 결국 비가 다 들어왔던 거로 기억하고... 저렇게 했을 시 중요한 손 사인을 하는 게 굉장히 불편해져서 한 번, 짧게 저렇게 도전하고 다음부터는 옆 지퍼를 반 정도만 오픈해서 자전거를 탔지만 역시나 앞부분이 펄럭이면서 비가 다 들어왔다. ㅠ.ㅠ
세상에 어디 완벽한 물건이 있겠냐 만은, 많이 기대했던 만큼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비옷이다. 보자 부분만 잘 맞았어도 아쉬움이 덜할 것 같은데... 그래도 다시 돌아간다 해도 이 브랜드의 비옷을 샀을 것 같다.
그리고 작년 겨울, 십 년가량 입은 나의 노스페이스 패딩이 너무 너덜너덜 해진 관계로... (우리 집 강아지가 어렸을 적 이갈이 할 때 밑단 물어뜯은 걸 대충 수선해 뒀더니 더 너덜너덜해 보이는..) 새 패딩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동일 브랜드의 비옷 패딩을 샀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을 때 비가 오는 날에는 패딩 안쪽까지 다 젖어서 위생상 걱정도 조금 되고, 옷 젖는 것도 항상 신경이 쓰여 이 부분을 피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 (04) PUFFER 디자인과 (07) LIGHTWEIGHT PUFFER 디자인 둘을 고민하다가, 가격적인 문제, 기장감의 이유로 (04) PUFFER 디자인 M size를 구매했다. 운 좋게 Bever 매장에서 할인하는 걸 발견해 저렴히 구매! 이 점퍼는 정말 다 좋은데 너무 무겁다. 노스 롱패딩의 체감 무게가 100g이라면 이 모델은 1.5-2kg 정도. lightweight 모델이 괜히 있는 게 아니고, 가격이 괜히 십만 원가량 더 비싼 게 아닌가 봄. 하지만 돌아간다 해도 여전히 이 모델을 살 것 같다. 대체 모델이 없고, lightweight 모델은 너무 길어서 178 cm 모델이 입은 착샷도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데.. 164cm인 내가 입으면 거의 발목까지 올 듯하여... 그리고 매장에서 옷 살 때만 해도 크게 무겁다고 생각 안 했는데 집에 와서 노스 패딩과 번갈아 가며 입어보니 무겁다고 느낀 거라 이 또한 적응하리라.
작년 겨울에는 레인 팬츠까지 구비했고, 남편이 회사에서 얻어온 방수 백팩도 있고, 이제 레인부츠만 사면 웬만한 방수 아이템은 다 갖춰진 것 같다. 와 이렇게까지 다 갖추고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네덜란드에 처음 이주한 분들은 지내면서 본인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즐거운 방수 제품 쇼핑하시길! 네덜란드 여행 오는 한국 분들은 기념품으로 레인 자켓 사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America Today가 가장 저렴한 것 같고(웹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Maium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도 현재는 팔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카피...?) Rains와 Maium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놀랍게도 America Today는 네덜란드 브랜드이고 Rains는 덴마크 브랜드. 여름에는 ARKET에서도 레인자켓을 판매한다. 나의 원픽은 여전히 Maium. 네덜란드 브랜드이고 암스테르담에서 같이 자전거를 타며 자란 두 친구, 나쁜 날씨 전문가가 만든 브랜드라고 나와있는 것부터 재치 있고 좋았는데 심지어 재활용 페트병 소재를 쓰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며, 비옷 양 옆에 지퍼가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부분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번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