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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TBBB Mar 15. 2024

자기 검열의 벽

여둘톡 Ep. 16. 청중 앞에서 떨지 않고 말하기

황선우 : 여러분 잘 하는 거로 그치면 안되고요, 자신이 잘 한 것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알리는 과정에는 마이크가 내 앞에 왔을 때 사양하거나 거부하지 않는 일도 포함이 돼요.


김하나 : 그리고 그것은 연습으로 계속해서 나아지고요, 그렇게 연습하는 과정에서 저 사람이 연습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더 많은 마이크가 우리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황선우 : 맞아요. 제가 서울 국제도서전 강연에서 했던 이야긴데요, 저도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나니까 사실 뭔가에 대해서 말을 한다는 게 갑자기 큰 부담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게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나기도 하고 내가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공격할 수 있지도 않을까, 혹은 내 생각을 얘기할 뿐인데 뭔가 이게 정답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나에게 다시 돌아오진 않을까


김하나 : 오 저는 약간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우 씨가 처음 팟캐스틀 시작하고 나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말하는 게 점점 더 부담이 없어졌어요라고 하실 줄 알았거든요.


황선우 : 지금은 삼 개월 정도가 지나서 약간은 내려놓은 것 같아요. 그게 팟캐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 달 정도는 조금 무게에 제가 짓눌려 있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저는 중간에 약간의 오해라던가 반대 의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미흡하게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다면, 왜냐면 회차가 이어지니까, 다시 사과를 하거나 생각이 예전과 달라졌을 때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저희의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톡토로쉽이 탄탄하게 받혀주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실수를 하고 우영우 변호사처럼 우당탕탕 하면서도 다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다 함께 나아가는 길이 생기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황선우 : 맞아요 지금은 탄탄하고 따뜻한 톡토로쉽 안에서 그런 안정감 속에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팟캐 초반에 느꼈던 어떤 부담감,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도 누군가는 나를 비난할 것 같다는 그런 자기검열, 이런 것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봤어요. 근데 그게 점점 나를 압도하면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기사를 접했습니다. 시사 주간지에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토론 프로그램인 백분토론에 수십 년간의 사례를 가지고 연구한 연구 결과를 놓고 꾸민 기사였어요. 근데 거기에서 백분토론에 남성 전문가 패널에 수에 비해서 여성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너무 적었다 라는 거죠. 그게 뭐 70% 정도가 남자일 때가 가장 성비가 균형이 맞춰졌을 때였고 심할 때는 90% 이상, 거의 100%가 남성 패널들이었던 거죠.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래 맞아 방송국 관계자들이 너무 편향된 섭외를 하고 있어. 왜 남성 전문가들만 부르는 거야 이렇게 생각이 되잖아요. 그런데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여성 패널을 섭외해도 굉장히 많이 고사를 한다고 해요. 많이들 하는 이야기가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거예요. 그 준비가 안 되었다 하는 데는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다는 거죠. 일단 티비에 출연해야 하는데 입을 옷이 변변치 않다. 헤ㅓ 메이크업이 어떨지 걱정이다 내지는 내가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살을 덜 뺐다, 더 빼야 한다 기타등등 부터 시작해서, 내지는 내가 공부를 많이 했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나의 전문성이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내지는, 내 학계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한테 내가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이런 여러 가지 걱정들이 복합적으로 있는 거죠.


김하나 : 겹겹이 자기검열의 벽이 있는 거군요.


황선우 : 그쵸 그거는 여성 패널 개인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사실 여자들이 방송에 나왔을 때 외모 평가를 너무 많이 받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남성 패널들에 비해서는 그 발언의 핵심이 아닌 다른 것들로 지적을 많이 받고, 그리고 아무리 그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사람일지라도 그것에 대해 의심을 많이 받기 때문에 스스로도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거죠. 그래서 그 기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나라면 내가 백분토론에 초대받을 만큼 전문성의 분야는 없는 것 같긴 한데 혹시 그렇게 패널로 초대를 받았을 때 자신 있게 나가겠다고 할 수 있을까? 저도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칠 것 같을 거예요. 나 입을 옷은 있나? 나 요새 얼굴 되게 부어 보이는데 방송 나가면 안 좋은 댓글 달릴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거죠. 그리고 나도 이것을 극복해야겠지만 내 주변의 여자들이 이런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자기 분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백분토론에 섭외가 오면 수락하는 것 그것이 톡토로쉽입니다. ㅎㅎ





나를 어딘가에 노출시킨다는 것, 나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 나의 작업물을 내보이는 것, 이 모든 것이 너무도 걱정되는 시대이다. 내가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게 공격받는 것, 내 의도와는 다르게 곡해되는 것, 내 의견이 내 의견으로 남을 수 없다는 불안감 등.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특히 한국 유투버들)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첨가하는 말들이 많아진 것 같다. '당연히 사람이 없는 곳에서 촬영했습니다', '당연히 이것은 먹고 치웠습니다', '당연히 ~했습니다 했습니다 했습니다.' 이 첨언들이 세상에 기본적인 사회의 규범을 지키지 않는 생각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나타내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이보다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들을 비판 어린 댓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 더 큰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요즘 한국 사회가 양극화의 최고조이라는 뉴스를 봤는데 정말 모든 게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회현상에 발맞춰 서서히 본인에 대한 자기검열을 겹겹이 쌓아 나가고 결국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다시 블로그에 글을 써 보는 것은, 그러지 않기 위해 조금씩 연습을 하는 과정. 두려움을 깨기 위한 연습.


아, '-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이 말을 어떻게 하면 덜 쓸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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