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어렸을 적 나는 책을 정말 열심히 또 많이 읽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이렇게 글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몇 번의 습작이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고, 사람들의 칭찬은 나의 글쓰기의 즐거움이 되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글을 쓰는 행동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 아니었어서일까, 어느 순간 그 즐거움은 부담이 되었고 그 부담은 나를 더 채찍질하고 그 채찍질은 나를 더 빨리 달리게 하는 게 아니라 멈추게 했다. 뭐 흔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겪는 현상들이라 새삼스레 '어머 이를 어째'라고 호들갑 떨지 않는다. 또한 글쓰기는 내 인생에서 내가 올라야 할 산봉우리가 아니었으므로 잘 써지지 않는다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았고 너무도 쉽게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글쓰기를 잊을 수 있었다.
그 이후 몇 번 다시 글을 써 보려 노력을 했었다. 이글루라는 플랫폼에서 남들 모르게 조금씩 글을 쓰다가 해외에 나온 이후로 새로운 인생에 적응하느라 뭘 써볼 겨를이 없었고 한참 여행 에세이가 붐을 일 때 나도 이런 걸 써서 돈을 벌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노력을 조금 하다가 결국 이내 말았다. 특히나 여행 에세이는 이미 레드 오션이었으므로 어떻게 하면 나의 글이 차별화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분석/시장조사를 핑계로 수많은 다른 여행 에세이를 읽다 제풀에 지친 격도 있다. 사실 나는 기존의 여행 에세이 형식이 싫었다. 보통 크게 두 가지의 형식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정말 정보 집약적인 에세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감성/상념 위주의 에세이였다. 일단 정보 위주의 에세이는 싫었던 게, 내가 보기에 재미가 없고, 이미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내가 보태어 무엇하며 어떻게 그게 나의 차별점이 되겠나 싶었다. 감성/상념 위주의 에세이는 당시 한국적 감성에 좀 지쳤던 나라 읽을수록 오글오글 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미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저 담백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미리 상상하고 미리 예약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만들고 돈을 모으고 모아야 할 수 있는, 담백함을 유지하기 힘든 활동이다 보니 언제나 발란스가 무너졌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내던 글쓰기, 특히나 여행에 관련된 글을 최근 다시 써 봤다. 이전 글에 나열해 놓은 목록 중 하나인 네팔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하 역시나 쉽지 않다. 주절주절 시간순으로 나열된 사건들 그 사이사이의 감상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해서 일단 저장은 해 두었으나 발행은 만약 내가 글을 좀 더 괜찮게 다듬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그때그때 쓰고 싶은 것, 생각나는 것에 대해 글을 써 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