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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Apr 10. 2021

각본 실습, 내 인생의 첫작품 쓰기

11. 트리트먼트 작업

챕터 9. 트리트먼트 작업


제 8 챕터에서 저는 드라마 작가들이 주로 하는 씬 시놉시스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트리트먼트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제가 작업한 <착한 악마>의 트리트먼트 작업의 예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착한 악마> 트리트먼트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인 정원은 오늘 아들 민호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민호를 돌보는 아줌마가 남편이 아프다며 집에 일찍 가버렸기 때문이다.      

# 종합병원 응급실1. 낮.

응급 환자를 처치하는 정원. 전화.

‘남편이 지금 공사장에서 크게 다쳤대요. 나 오늘 민호 못 데리러가요.’

동포 아주머니는 자기 말만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급하게 탈의실로 가는 정원.     


학원 앞에서 아빠 정원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9살 민호는 아무리 기다려도 아빠가 나타나지 않자 홀로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 학원 앞 놀이터1. 낮. 

학원 앞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부모들이 데리고 가고 민호만 남는다.     


정원이 퇴근 시간에 맞추어 민호를 데리러 나서는데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 들어온다. 병원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 응급실2. 낮.

정원이 옷을 갈아입고 응급실을 나서는데 갑자기 몰려들어오는 외상환자들.

‘고등 IC 주변에서 10중 추돌 사고가 났어요.’

피를 뒤집어쓴 응급대원의 말.

어쩔 수 없이 다시 가운을 갈아입고 응급환자들을 처치하는 정원.

처치를 하면서도 연신 벽에 걸린 시계를 돌아보는 정원.     

# 학원 앞 놀이터2. 낮. 

그네에 앉아서 아빠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민호.

핸드폰으로 여러번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아빠.

‘아, 왜 안 받아..’

시무룩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      


그 시간, 정원은 갑작스레 심정지가 온 환자의 CPR을 하고 있다.      

# 응급실3. 저녁.

정원이 한 환자에게 CPR.

주변의 계기들은 급박한 경고음을 연신 울려대고 정원의 이마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동네 공원 주변, 괴한이 나타나 혼자 걸어가던 민호를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 공원 옆길. 저녁.

어둑어둑한 길. 혼자 가는 민호.

민호는 다리가 아픈 듯 화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그 때, 민호가 새끼 길고양이를 발견.

공원의 안 쪽 어두운 곳으로 달아나버리는 고양이를 민호가 따라간다.

그런데 순간, 어디선가 괴한이 갑자기 나타나 고양이 새끼를 낚아채서 가버린다.

‘어?’     

# 공원내 일각. 저녁.

민호가 괴한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는 괴한과 눈이 딱 마주친다. 

괴한은 축 늘어진 고양이를 들고 목에서 피를 빨아먹고 있다.

민호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다.     


그 시간, 정원은 갑작스레 심정지가 온 환자에게 심장 제세동을 하고 있다.      

# 응급실4. 밤.

계기는 ‘삐이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평행선을 그리고. 

정원은 응급 환자에게 심장 제세동을 한다.

제세동기가 ‘펑’ 소리를 내자 환자가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환자의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고.     


얼마 후 민호는 목에서 피를 흘리며 공원에서 뛰어나와 길가에 쓰러진다. 민호를 발견한 사람들이 119를 부르고 민호는 앰뷸런스에 실려간다.     

# 공원 옆길. 밤.

민호가 손으로 목을 감싼 채 비틀비틀 공원 옆길로 나와 쓰러진다.

민호의 목에서 흘러내리는 피!

‘캬아아아악!’

민호를 본 여자의 비명.

사람들이 모여들고 누군가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

가물가물 의식을 잃어가는 민호의 얼굴.

그 위로 요란한 엠뷸런스 소리. (후략)      

    

트리트먼트를 잘 읽어보셨는지요? 저는 여러분이 <착한 악마> 트리트먼트 작업본과 앞 챕터의 씬 시놉시스 작업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두 작업의 결과물을 비교하다 보면 두 방식의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씬 시놉시스가 인물의 행동과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반면 트리트먼트는 씬의 ‘느낌’을 살리는 대사나 상황을 좀 더 세밀하게 기술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씬 시놉시스 방식은 대본 작업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가깝고 트리트먼트 방식은 씬의 밑그림을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에게 더 잘 맞는 작업 방식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집필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는 씬 시놉시스 작업이 더 유리하고, 조금 더디더라도 이후 대본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두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상관없습니다. 자신이 하기 편한 방식을 선택하십시오. 참고로 저는 씬 시놉시스 작업을 트리트먼트 작업처럼 세밀하게 하는 혼합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여러분이 자신의 작품을 씬 시놉시스 혹은 트리트먼트로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뚜벅뚜벅 글을 써나가십시오. 조만간 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각본 실습 9) 다음을 실습해봅시다.     


1. 최대한의 시간을 할애하고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작품의 트리트먼트 작업을 완료하십시오. <착한 악마>의 예를 보면서 씬의 느낌을 살리는 상황 묘사를 최대한 상세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씬에서 등장인물이 꼭 해야하는 핵심적인 행동과 대사들을 기록해 놓으십시오.     


2. 만약 트리트먼트 작업을 세밀하게 할 수 없다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빈칸이 남아있는 상태라는 증거입니다. 책의 앞 챕터로 돌아가서 다시 읽으면서 준비가 부족했던 과정이 무엇이었는지 냉정하게 체크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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