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시위스키 Feb 26. 2021

실키 아이리시 위스키 그리고
둘라만 마리타임 진

슬리브 리그의 위스키와 진 이야기 

실키 아이리시 위스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제목에는 글자 수가 너무 길어 실키 아이리시 위스키라고 적었지만 본래 라벨을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The Legendary Silkie Blended Irish Whiskey"

더 레전더리 실키 블렌디드 아이리시 위스키 


전설적인 혹은 전설을 담은 아이리시 위스키. 이 실키 위스키를 생산하는 슬리브 리그 증류소는 아일랜드의 도네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북서쪽 지방에 위치한 이 지역은 예전부터 요정과 민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문화는 "켈트(Celts)"와 연결되어있는데 켈트족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알프스 산맥 주변에서 출현한 인도 유럽인들의 일파이다. 여전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는 순수 켈트족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나 웨일스는 영국에 동화되어 그 뿌리를 많이 잃어 버린 편이다. 하지만 웨일스에도 아직 8%가량의 웨일스어 사용자가 남아있고 고이델어인 "게일어(Gaeilge)"가 아직 현존하는 것처럼 생활 전반에 아직도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전반에는 켈트 문화가 남아있다. 

따라서 켈트의 전설과 문화가 언어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가 아일랜드이며 이중에서도 아일랜드의 북서쪽은 신비로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극대화시킨다. 의외로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소위 주류 문학에 등장하는 몇몇 이름들은 아일랜드에서 유래된 것이 꽤 많다. 비운과 파멸의 사랑이야기 더블린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도네갈에는 "사안의 발로르(또는 벨러라고도 읽음)"의 이야기처럼 이외에도 장소를 따라 신비한 민화와 전설이 많은데 실키 위스키는 달빛이 환한 밤 아리따운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바다 요괴의 전설을 담았다. 그만큼 부드럽고 매혹적인 위스키라는 뜻 이기도 하다.

부드러움에 스모 키함을 더한 독특하고 새로운 맛의 블렌디드 위스키 

하지만 개인적인 평은 뭐랄까 실키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나 온 더 락으로 마셨을 때 보다 하이볼로 마셨을 때가 훨씬 더 맛있었던 기억에 남는다. 테이스팅 노트처럼 인상적인 스모키 함이 느껴졌지만 어딘가 미미하여 피티 위스키로는 조금 약하고 차라리 그런 면에서는 이후에 출시되었던 다크 실키가 피티 위스키로서는 더 개성 있었던 느낌. 솔직히 이 두 위스키 모두 어딘가 어른스러운 맛으로 술에 약하고 달달하고 무난한 맛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맞는 위스키는 아니다.    

실키 위스키 다크 (아직 국내에는 미출시)

그래서 그런지 나는 실키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이 정말 맛있었고 이런 이유로 무난한 맛을 좋아하신다면 실키 오리지널 위스키는 반드시 꼭 하이볼로 드셔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부드러운 탄산이 아이리시 위스키의 부드러움을 극대화시키고 약간 옅은 스모키 한 향이 레몬의 새콤한 향과 극상의 조화를 이루어 청량감과 시원함을 한 번에 가져다준다. 

정말로 맛있었던 실키 위스키 하이볼 프리미엄 하이볼로 마시면 진짜 맛있다.

물론 블렌디드 위스키로서는 고가이며 그 고가의 위스키를 하이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게 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만큼 맛은 보장한다. 하이볼에도 프리미엄이 있다면 바로 그 프리미엄의 맛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시음 평을 짧게 요약하면 놀라울 만큼 풍부한 버터 스카치의 향 그리고 이와 기묘하게 어우러지는 스모키함이 독특하며 매혹적이며 몰티드 피트의 맛이 흥미롭다는 감상이 많았다. 위스키 자체가 무겁지 않아 위스키 하이볼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심플 스트레이트로 권하고 싶다. 


슬리브 리그 증류소는 아이리시 위스키에 대해 알아보며 실키 위스키로 처음 만나게 되었으나 본래 위스키 보다 진을 제조/생산 하던 기업으로 주력상품은 둘라만 진이라고 볼 수 있다. 둘라만 마리타임진은 진으로서는 나름 획기적인 최초의 마리타임진으로 (직역하면 해양진) 오로지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으며 식물성 재료 중에서도 아일랜드 북서쪽 청정 지역의 해초들만 직접 채취하여 만든 특별한 진이다. 


바다의 마법 - 둘라만 진 

그래서 이름도 "언 둘라만 아이리시 마리타임 진(An Dúlamán Irish Maritime Gin)"인데. 게일어인 둘라만(Dúlamán)의 뜻은 "해초, 미역 또는 다시마" 정도가 되겠다. 그래서 진짜 다시마의 감칠맛이 살아있는 독특한 비건(Vegan) 진이다. 둘라만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이국적이나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으로 아일랜드의 전통 민요 중 하나인 "둘라만(Dúlamán)"을 연상시킨다. 음악을 들어보면 아일랜드 민요 특유의 맑은 목소리에서 청량감이 느껴지는 데 신기하게 묘하게 이 진이 가진 술맛도 비슷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TLJmyUkJquU

Dúlamán by Celtic Woman (켈틱 우먼이 부르는 둘라만)


https://www.youtube.com/watch?v=1g7XO7gICAo

서양 어르신의 아이돌 켈틱 우먼의 공연 실황 어딘가 뮤지컬 같고 재미있다. 

얼마나 유명한 노래인가 하면 국내에서도 "영혼의 청정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들로 결성된 크로스 오버 그룹, 켈틱 우먼 (켈트족 혹은 켈트 같은 여자)에서도 종종 공연에서 부르던 노래이다. 그 외 찾아보면 더블린 대학의 합창단이 부르기도 했고 연관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렇게 남녀 구별 없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있다. 노래만 들어도 어딘가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거 같은 신묘하고 경쾌한 가락이 아일랜드 지역의 전설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껴지는데 판타지 영화의 요정마을에 나올법한 그런 느낌의 노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3iRfI1ezYjA

더블린 대학의 합창단이 부른 둘라만

요즘같이 여행 못 가는 시기에 이런 음악과 함께 하며 마시기에 좋은 둘라만 진인데 개인적으로는 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느낌은 있다. 보통 진과 토닉으로 마시는 진은 레몬과 잘 어울리면 청량감에 부담감 없이 마실 수 있는 칵테일 재료로 자몽, 허브 등의 후르티하고 플로럴한 대중적이고 무난한 맛을 자랑하는데 둘라만은 끝 맛에 해초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아마 그래서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일어로는 うま味: 우마미)을 불호하는 분들은 다소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진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이 부분이 특색 있어 더 좋다고는 하신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내 입맛에는 별로인데?'라는 느낌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술 같은 느낌. 그래도 한 번쯤은 마셔볼 만한 진이다. 최초의 마리타임 진이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비건 진이라는 톡특한 점도 어딘가 희소성을 주기 때문에 특별한 느낌. 그리고 바다의 해조류를 채취하여 만든 오로지 식물성 재료만이 들어간 진이라 스코틀랜드산 비건 토닉워터인 쿠시두스 토닉워터와 함께하면 완벽한 비건용 진 앤 토닉도 만들 수 있다. 

프리미엄 토닉워터 쿠시두스 - 스코틀랜드의 캐언곰스 국립공원 지역의 청정수와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여 제조/생산된다. 


그리고 해초가 상큼한 레몬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레몬즙을 좀 더 많이 넣으면 바다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평소 바다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을 법한 진. 

바다를 담은 로고와 병 디자인도 매우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국내에는 진과 토닉으로도 알려진 진 앤 토닉은 진의 본연의 맛을 즐기면서도 편하고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며 만들기도 매우 쉽다. 둘라만 진은 해양진이라는 특성에 맞춰 시그니쳐 칵테일의 경우 독특하게 해조류인 덜스도 추가한다. 하지만 덜스를 구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오이나 레몬 슬라이스로 대체하던가 아예 빼버리는 방법도 있을 듯. (국내에서의 덜스는 함경남북도 연안에서 생육하나 유럽과 달리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양은 다르나 같은 붉은빛인 세모가사리로 가니시를 하여도 잘 어울려 좋을 거 같다. 한때 온라인 먹방에서 핫- 하던 우미부도도 같이 넣으면 예쁘게 잘 어울릴 것 같고 이렇게 여러 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하여 지니고 있는 독특한 개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은 진. 개인적으로는 해양 진인만큼 바다의 선물인 해산물류 특히 광어 또는 도미회, 문어숙회, 멍게, 해삼 그리고 초밥 등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언 둘라만 진 시그니쳐 진 앤 토닉 레시피 

둘라만 진: 35.5ml 

프리미엄 토닉워터: 120ml 

충분히 시원해질 정도의 충분한 얼음 

레몬 슬라이스, 그리고 덜스(dulse)와 같은 해초류(기호에 따라)

방법: 진 앤 토닉 전용잔에 얼음을 채우고 둘라만 진을 넣는다. 그리고 토닉워터와 레몬 슬라이스를 기호에 따라 즙을 내 넣어준 뒤 잘 저어 섞어준다. 덜스를 넣어 가니쉬 하면 완성. 


사진만 봐도 탁 트이는 멋진 경관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슬리브 리그 증류소 소개글 

아일랜드 도네갈 (County Donegal) 남쪽의 캐릭(Carrick)을 베이스로 모리아 그리고 제임스 도허티 부부가 한 팀으로 슬리브 리그 증류소를 설립하였습니다. 1841년 도네갈에 최초로 설립된 증류소로 주력상품은 둘라만 아이리시 마리타임 진입니다. 제임스는 한때 영국에서 가장 큰 주류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손자는 현지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포틴 (Poitín-곡류 및 감자 등으로 만드는 아일랜드의 전통 증류주) 제작자이며 도네갈의 고대 전통의 증류법을 부활시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슬리브 리그는 현재 도네갈의 남부 지방인 캐릭에서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둘라만 아이리시 마리타임 진과 아사란카 보드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실키 위스키의 병 주입을 본 양조장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위스키 증류 생산 시설 또한 설치하여 직접 운영할 예정입니다. 


수입사 소개글 보러 가기: https://taesanliquor.com/ko/irish-whiskey/sliabh-liag-distillers/

영문 사이트: https://www.sliabhliagdistillers.com/


작가의 이전글 투아 아이리시 위스키 글라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