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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Dec 31. 2023

너를 보면 커피가 아닌 차(tea)가 생각나

취향이 깊었던 2023년을 보내주면서

 멜론 홈화면 상단에 '내가 좋아할 음악'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이런 문구가 좋다. 내가 자주 듣는 곡을 분석하여 '너의 취향이 이렇구나, 그럼 이 음악도 들어 봐. 좋아할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 기분이랄까. 즉 내게도 취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문구가 좋다. 취향이 없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색깔이 뚜렷한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행이나 평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 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그 사람만의 분위기도 있었기에 나도 내 분위기를 갖고 싶었던 것 같다.


너를 보면 커피가 아닌 차(tea)가 생각나


  다행히 지금은 취향이 있다. 취향이 생긴 덕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방향과 가치관까지 생겼다. 그전에는 평균 소득, 유행 상품 등 '평균'을 검색했는데 말이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어서 평균을 좇으며 안심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인기순위, 베스트상품을 보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아니까 굳이 살펴보지 않게 된달까? 물론 업무로 보는 건 제외!


 다양한 시도를 한 덕분에 취향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정말 이런 게 좋은 걸까?' 의심했고 이 의심을 풀어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다. 함께 혹은 혼자 여행을 가고, 일기를 쓰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보면서 말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은 2023년 12월 31일이다. 이 콘텐츠도 단골 카페에서 쓰고 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다. 평소처럼 글 쓰면서 나와 내 일과를 정리할 뿐이다. 내 일상이 좋다 보니 꼭 특별한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 내 취향을 몰랐다면 연말이 가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걸 검색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몰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거니까 굳이 오늘 보지 않아도 되지, 사람도 너무 많아, 물론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이지만!) 다만 한 해의 마지막이니 천천히 나의 2023년을 돌아보고 싶었다.


 자꾸 과거와 비교하게 되는데 생각해 보면 12월은 주로 우울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시간만 버린 느낌이랄까.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에 말이다. 여전히 나이 먹는 게 걱정되긴 하지만 다행히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그만큼 단단해진 거겠지. 그러니 오늘은 우울하지 않다. 그냥 2023년 12월 31일 그 자체로 받아들일 뿐. 하고 싶은 게 많은 편이라 나이 드는 건 싫지만 그래도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건, 성장할 기회가 많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니까.


 올해 목표는 딱 두 가지였다. 꾸준히 글 쓰기, 꾸준히 운동하기. '꾸준히'가 핵심이다. 목표라고 거창하게 세웠다가 다 이루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꼭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에세이만 쓰다가 올해 초부터 소설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소설을 썼다. 에세이 말고도 쓸 수 있는 글이 있지 않을까? 이 의문을 풀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사건을 만드는 건 어려웠지만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감정을 풀어내는 일은 재미있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썼다. 더 잘 쓰고 싶단 생각에 필사도 하고 있다.


 3개월 전부터 블로그를 시작해서 에세이 외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리뷰하고 있다. 광고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은 내 커리어에 도움 됐다. 즉, 내 목표가 내 삶에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스쿼시를 그만두고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1~2번씩 꾸준히 간 덕분에 코어가 조금 건강해졌다. 건강을 챙기는 마음이 생기니 저녁은 조금 먹게 됐고 자연스럽게 야식을 줄였다. (끊지 않고 줄였다) 루테인과 오메가 3 등 영양제도 먹으면서 말이다. 처음엔 목표가 너무 적은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 두 개를 잘 해내기 위해서 해야 할 게 많았다.


 목표한 거 외에 한 것도 많다.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운전과 기타를 시작한 것. 운전을 하니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졌고 덕분에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쌓여갔다. 물건이 많아 집 곳곳에 먼지가 쌓였고 미니멀에 도전 중이다. 굳이 목표하지 않아도 채워지는 내 일상이 참 좋다.

 2023년 올해도 힘들었고 많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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