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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랑 Jun 07. 2016

다시, 궤도로 올라가다.

'엄마. 천천히 그늘로 걸어야지.

안 그러면 땀나서 안 돼. 힘들어.'


10살 배기 나는 그랬다.

걷는 것조차 땀이 날까 봐 조심스러웠다.


졸업을 빨리 하고 싶었다.

어른은 운동회를 안 할 테니까

달리기 따위 안 할 것이라 믿었다.




25살


10KM 단거리 마라톤을 했다.


5KM도 못 가서 숨이 턱 하니 막혔고

나보다 앞서가는 어르신들을 보며

비루한 체력에 한숨이 밀려나왔다.


단련되지 못한 호흡법에

찌릿찌릿 아파오는 가슴을 잡곤

마치 남의 다리 같던 무거운 다리로

다시금 달렸다.








꽤 오랫동안 브런치의 자리를 비웠다.

변명을 하자면 이러하다.


WAITRESS로 살면서

WAITRESS라서 가능한

반짝이는 궤적을 만들고 싶다.


여기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하겠다는 욕심이 있다.


나는 내 직업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만큼 관심을 주고 싶었다.

흔적이 남는 관심을 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SERVICE 우수상을 받거나.

CERTIFICATION을 따거나.

COMPETITION에 입상을 하거나.

어쩌면 교육을 하거나. (풉)


올해는 몇 가지 시험을 봤다.


작년보다 성적이 조금 올랐지만

근소한 차이로 또 떨어졌다.

2단계를 목표로 했으나

1단계에서 멈춰 섰다.

어떤 건, 이도 저도 아니게 떨어졌다.


마음이 고꾸라져서 손을 놨다.

작고 가벼운 그릇에 실망을 했다.


목적지가 안개 뒤로 숨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그 목적지를

다시 가도 되는지 모르겠다.


목적지를 거기로 잡는 것조차

자격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머리 속에 깊은 물음표가 남았다.


어린 친구들이 달려 나간다.

또래는 이미 반짝이고 있다.

어째서 경제학을 선택했냐며 자책을 하다가도

직군을 여기로 온 게 잘못이라며 변덕을 부린다.

누구 하나 탓할 수가 없다.  


하늘에 부웅 떴다.

하늘에 부웅 떠서 일만 했다.


그러다가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SERVICE 우수직원이라나..

사장님과 악수를 하며 생각을 했다.


'너 본업에 충실한 거 충분히 알고 있다.

이제 정신 챙기고 너의 색에 집중해라.'


간사한 사람의 생각.

그 상은 내게 이렇게 다가왔다.


자격도 없는 사람이

다시 잘못된 방향으로

시간을 버리는 건 아닐까?

참 많은 걱정이 든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말해줄 사람은 없다.

결국에는 내가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다. 

또 무너지면, 또 밀어봐야지. 

그 사이에 무언가 또 얻겠지.


그러니 주섬주섬 일어나야겠다. 

내 궤적에 반짝이는 구슬 꿰러 가야지.


남들은 우승을 하니, 못 하니 이야기하던데,

나는 작은 손바닥만이라도 올려 보련다.

내 손바닥, 거기에 한 번만 '콩' 찍어 보고 싶다.










도착 지점이 보였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힘들어서 일그러질 거란 예상과 달리

입꼬리는 하염없이 올라갔다.


CERTIFICATE OF RECORD

10KM_SEOUL

1:04:38


64분. 참 길다.

땀이 가득 찬 내 발을

도착지점에 '콩' 찍었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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