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땅을 분양받은 후에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도화선으로 세계의 경제 불황이 찾아 올 지도 모른다고들 했다. 이 무서운 전망에 대한 나름의 대비책으로 우리는 아파트를 팔았었다. 1년 후에는 내지 않아도 될 비싼 양도세까지 내어가면서 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6월에 올릴 거다. 9월에 올릴 거다. 말이 참 많았는 데, 결국은 12월이 돼서야 0%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를 0.25~0.50%로 조금 올렸다. 그리고 그 여파는 걱정한 만큼 크지 않았고 비교적 잔잔했다. 미국 연준은 앞으로 올리는 속도를 천천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여전히 0.15%의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미국 기준금리에 맞춰 우리나라가 금리를 따라 올리는 시기는 과거 경험상 대략 1년 후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하나로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는다는 게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를 조금 알았다. 경제 흐름을 바꾸는 요소들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무궁무진했다. 경제가 지금 어떤 흐름을 타고 있고, 앞으로 내게는 어떤 영향을 줄지를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모르겠다.
미국과 반대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펴는 유럽연합, 경제 성장세가 약해져 가는 중국,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과잉, 그에 따른 그 들의 경기불황, 그로 인해 세계에 뿌려져 있던 산유국들의 투자금 회수, 우리나라의 사상 최대 가계부채 비율, 그리고 또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요소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었다.
'근데 좋은 소리는 하나 없네.'
알 수 없는 걱정은 적당히 버려야겠다.
아무튼, 2015년 12월에 미국의 기준 금리가 살짝 인상됐지만, 당장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파트를 조금 늦게 팔아도 될 뻔했다.
그래도 일찍 팔아서 마음은 편하다. (물론, 두 달만 더 늦게 팔았더라면 마음이 더 편했겠지만)
이제 작은 마당이 있는 우리 새 집 때문에 신경이 조금 쓰이겠지만 걱정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 놈이랑은 오랫동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