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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Jan 18. 2021

육아 휴직

    제주로 이사하지 만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고민해왔던 육아휴직을 실행할 때다. 3년의 원거리 출퇴근 그러니까 주말부부 생활은 적응한 듯 적응하지 못한 힘든 일상이었다. 월요일에 비행기로 출근해서 금요일에 비행기로 퇴근했다. 첫 해는 의욕이 있었고, 둘째 해는 습관이 된 듯했지만, 셋째 해는 오히려 피곤했다.  나이가 들어서였을까? 몸의 피로가 쉬이 풀리지 않았다. 마음도 지쳐갔다. 주말에만 가족과 재회하는 삶에 대한 회의가 스멀스멀 찾아들었다.

    4년째는 육아휴직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게도 쉼이 필요했다.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 털어내고 나의 관심을 온전히 가족과 나에게만 쏟고 싶었다. 그간 주중에 아이들에게 주지 못했던 사랑을 보상하듯 흠뻑 주고 싶었다. 함께 지쳤을 아내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 쫓기는 듯한 방향감 없는 종종걸음을 잠시 멈추고서 여유 있게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 아내의 부추김이 없었다면 육아휴직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아내는 15년 이상 멈춤 없는 나의 직장 생활을 많이 안타까워했다. 자신이 겪었던 여러 번의 휴직 경험에 비추어 내게도 한 번쯤은 일의 단절이 있어야 된다고 말하곤 했다. 긴 삶의 여정에서 1년은 짧은 것이며 1년 동안 얻게 될 내면의 성장은 삶의 방향을 정비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 줄 것이라 했다. 이런 아내의 배려와 격려로 2021년 1월부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365일의 육아휴직을 시작하게 됐다.

    몸과 마음의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했던 제주 생활 3년 차에 휴직에 대한 다짐이 확고해지고 있었다. 휴직 계획은 어느새 내 마음속에 희망으로 자리하고 상대적으로 고단했던 3년 차 원거리 출퇴근 삶 속에 버팀목이 되어갔다. 2021년 휴직 이후 2022년 복직도 염두해둬야 했기 때문에 2020년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복직하더라도 환영받고 싶다는 욕심에 오히려 더 열심이었다. 그래서 더 힘든 한 해가 됐던 것 같다. 전례가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도 2020년을 힘들게 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출퇴근길을 약육강식의 위협이 도사리는 야생 정글 속으로 만들어놨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지 않고 나갔다가는 바이러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여름에 5시간 가까운 출근길은 마스크 속을 땀으로 적시곤 했다. 이런 코로나로 인해 원격근무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나 또한 2020년 하반기부터 서울 사무실에 출근하기보다 제주 집에서 원격근무를 더 많이 했다. 안전과 출근시간 절약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원격근무에 빨리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업무 집중의 어려움과 협업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더 소모됐다. 계획된 휴직을 위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 이상으로 집에서도 성과를 내야만 했다. 이렇게 2020년을 불태웠다. 2021년의 잠시 멈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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