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16, 2017, 2018, 2019
여태까지 3년차인 줄 알았는데 다시 세어보니 만으로 3년이었다. 2016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그리고 거기에 5개월 정도가 덤으로 들러붙어 있다. 4년차, 라고 생각하니 누구에게도 별로 짧은 세월은 아니었을 것 같다. 지겨워질 만한 시간이었고 사실 이미 우리는 수없이 많은 권태기를 지났다, 그러니까 그런 단어로 굳이 표현하자면 말이지만.
연말이 되어 돌이켜 보면, 12월 31일이라 연말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늦었는데, 그래도 또 돌이켜 보자면, 그가 오래전부터 나에게 질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그와 만나게 된 것을 불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아무 데에도 가닿지 못하는 비명들을 얼마나 많이 질렀나, 쓸데없이 많이 울고 많이 화내고 많이 상처입었나,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원망들을 일기장에 왜 그렇게 많이 화풀이했나? 아마 그 남자를, 그 사람을, 난 그냥 너에게 못생기고 뚱뚱한 아저씨지? 라고 물어보는 직장 선배로 내버려두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만난 유쾌한 선배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카카오톡 연락처에 그 이름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기화하였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직장에서 만나 같이 밥을 먹고 술도 먹고 그러다 저녁 시간이 되면 쿨하게 안녕, 을 고한 후 다음날 출근하여 또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는데, 내게는 그 대가로 얻은 것이 별로 컸던 것 같지 않고 대신 내가 치렀던 비용만이 무자비하고 막대했던 느껴진다. 짧고 덧없고 일상적인
아마 그 역시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4년의 지루함과 덧없음, 만나보니 별 것 없구나, 를 실감하면서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제 나는 확신하다못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지겨웠고 또 지겨웠고 또 지겨웠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다음날 아침 출근을 앞둔 짜증, 한주를 덧없이 보내었다는 후회. 그리고 그런 후회를 옆에서 있는 그대로 느껴왔던 나는 마침내 내가 4년을 덧없이 보내었다는 후회를 받아들인다. 내가 2017년에 영국으로, 2018년에 프랑스로 가지 않았고 2019년에도 마찬가지로 “그 좋은 기회”를 버리고 프랑스로 가지 않았으며 그와의 소소한 일상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헛꿈을 꾸다가 결국 아무 것도, 우리 사이에서는 아무 유의미한 것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안녕, 나의 2019년. 2016, 2017, 2018년과 2019년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