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나면 진짜 네가 있을 텐데
요즘은 잠을 잘 때 꼭 내 배 위에 고양이가 올라온다. 배 위에서 하도 골골거리니 내려놓을 수 없지만, 꼭 잠을 자기 위해 눕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기 위해, 음악을 듣는 중에, 책을 읽다가, 폼롤러를 꺼내고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내가 의자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순간 눈을 빛내면서 내 몸에 제 다리를 걸친다. 어제는 책상 밑에 떨어져 있는 걸 줍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엎드렸는데, 바람같이 내 등 위로 올라와 다리를 곱게 모으고 앉았다. 너무 우스워서 몸을 펼 수가 없었고 오 분 정도 쪼그려 있다가 등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이제 두 살이 넘었는데 더 애기가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애증의 운명 공동체다. 나는 고양이의 털을 무시하면서 살아야 하고 고양이는 나의 게으름을 견뎌내면서 살아야 한다. 어제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꿈을 꾸었다. 꿈에서 하도 고양이를 찾아 헤매다 보니 늦잠을 잤다. 언제나처럼 나는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꿈에서 일어나면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혹시 꿈에서라도 못 찾으면 큰일날까봐 계속 잠을 잤다.
지금은 전혀 만나지 않고 있는, 외국의 친구에게 고양이를 잠시 맡기고 여행을 다녀왔다 - 그러니까 꿈에서.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다른 크림색 단모종 고양이와, 지금은 색이나 모양이 잘 가억나지 않는 또다른 고양이도 데려왔다(왜일까? 크림색을 예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래서일까?) 돌아오고 나니 친구가 고양이에 대해 모르겠다고,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 무책임한 태도에 치를 떨면서 고양이를 찾아다녔고 결국 고양이를 찾았는데, 꾀죄죄한 고양이는 탈수 상태로 오백 그램도 되지 않게 작아져 있었고 몸에는 멍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든, 어쨌든)었다. 너무 슬펐다. 충격적이었다. 가슴의 뼈가 하나 빠져서 뭔가 와장창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고양이에게 물을 주면서, 이 고양이는 내 고양이가 아니라고, 어떻게든 진짜 내 고양이를 찾아야 한다고, 털이 복실복실한 진짜 내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참 헤메다가 꿈에서 깼다. 다행히 내 진짜 고양이는 내 옆에서, 아침 간식을 기다리면서 나를 깨우다가 지쳐, 결국 자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맹한 상태로 일어나서 캔따개 역할을 수행했고, 옆에 건강한 고양이가 있음에 감사했다. 새로운 고양이를 입양하게 될 거라는 의미일까, 그 친구를 멀리 하라는 의미일까, 있을 때 잘 하라는 의미일까(아마도), 그냥 개꿈일까. 요새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귀찮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하여튼 우리는 운명공동체라, 자주 네가 나오는 꿈을 꾼단다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