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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un 11. 2019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심리학 법칙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류쉬안

서른이 넘어가며 내 마음에 관심이 생겼다.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나는 왜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보니 서점에 가면 심리학에 관한 책이 유독 눈에 띈다. '심리학'이 '쓸모 있다고' 선언하는 책 표지에 홀려 덥석 이 책을 집었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읽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생산성 올리는 법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그러나 별 감흥은 없었다. 여느 자기계발서에서 나오는 내용들... 내용 자체보다는 저자의 일상 경험을 녹여 원론적인 이야기를 매우 읽기 쉽게 썼다는 것이 이 책의 인상적인 점이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모든 책은 배움을 준다는 믿음으로 공감하는 문장에 밑줄을 치며 읽어나갔다.


이러한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대뇌의 부정적 시스템을 조정하는 매우 중요한 치유법이다. 상상력을 통해 자신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고, 혹평을 퍼붓던 부정적 목소리를 인자하고 따뜻한 포용의 목소리로 바꾸는 과정인 셈이다. (중략) 우리는 항상 1인칭의 시점으로 자신을 슬프게 만드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목소리의 근원과 자신을 부르는 방법을 바꾸면 여러 감정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신의 이름을 사용해 당신을 너그럽고 힘 있는 트레이너로 변신시킨 다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로 당신 자신에게 말해보라. "00, 넌 할 수 있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그러면 이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보듬고 더 나아가 당신에게 힘을 줄 것이다.


나는 자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동기 부여하는 편이다. 일이 안 잘 풀리면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래", "내가 잘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야", 라는 자책을 한다. 일이 잘 풀릴 때조차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내가 더 열심히 했었으면 지금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등 나 자신에게 가혹한 편이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은 들쑥날쑥할지라도 자존감은 평균 이상이라고 자부하는 편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면 대부분의 것들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는 나를, 너그러움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엄함으로 다스리곤 한다. (사실 이것을 깨달은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전에는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자녀에게 회초리를 드는 옛 부모의 마음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내가 나 자신을 아무리 엄하게 대한 듯 내가 100% 만족하는 결과는 절대 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100%라는 수치, 즉 완벽한 결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하나씩 기대치를 낮추고, 80%, 60%, 40%에도 만족하고 나를 토닥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하고 위로하지 못하면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위로해 줄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타인을 진심으로 위로해 줄 수 없을 테니까...


1993년 트렌트 디어스미드는 갓 업계에 발을 들인 햇병아리 주식브로커였다. 그러나 그는 단 18개월 안에 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실적을 올렸다. 1년 후 그는 7만 5천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았으며, 훗날 다른 증권 회사로 연봉 20만 달러에 스카우트되었다.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의 비결은 바로 '클립'에 있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는 매일 수많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더 많은 고객에게 전화를 걸수록 영업 성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트렌트는 항상 120개의 클립이 들어 있는 상자와 빈 상자를 준비했다. 그러고는 전화 한 통을 끝낼 때마다 클립 하나를 빈 상자로 옮겨 담았다. 이게 무슨 대단한 비결이냐고? 이 방법이 대단한 이유는 그가 목표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단순히 클립을 옮기는 행동이었지만 그는 쌓여가는 클립을 통해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성취감을 얻었고 그 성취감을 다시 원동력으로 활용했다.


무릇 업무 생산성 툴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랙, 트렐로, 에버노트부터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노션까지. '업무 도구'로 구글 검색을 하면 수많은 생산성 툴들이 소개된다. 이러한 툴들의 편리함과 기능을 생각하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편리하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지만 그게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위에 클립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목표를 시각화하라"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업무 생산성 툴의 치명적 단점은 (수많은 기능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 그래도 추상적인 목표를 더욱 추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 이정표가 흐릿하게 보이니 수많은 정보와 과제에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게다가 하나의 일을 끝내고 온라인에서 업무 완료를 체크해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 업무 노트나 큰 화이트보드에 할 일을 적어놓고 완료할 때마다 빨간색으로 줄을 긋는 것 행위가 더 많은 성취감을 준다. 그러다 보니 일 하는 속도는 빨라졌을지라도 그것이 꼭 더 많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첫째, 마음을 열어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으려는 자세다. 둘째, 타인의 마음을 읽으려 할 때에는 반드시 '가정'이라는 전제하에 접근해야 한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일이란 기껏해야 추측일 뿐 100퍼센트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부로 무엇을 단정하기보다는 완곡하게 접근하는 편이 좋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할지언정 섣부른 추측으로 상대를 제대로 관찰하고 또 소통할 기회를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알고 싶더라도 일단 상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한 뒤 그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자문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소통 심리학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밀러의 법칙(Miller's Law)이다. 


인간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문제나 불만이 있음에도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이 서로 멀어지는 경우가 아닐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언쟁이 있었으면 차라리 낫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누군가에게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를 종종 봤다. 내가 그런 적도 있었고 지금은 만나지 않는 그 누군가가 그랬을 수도 있다. 나만의 추측으로 다른 사람의 이해 안 되는 행동을 내 멋대로 해석하고 나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던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행동도 내가 옳다, 고 생각하는 데서 온 일종의 오만이었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고 믿는 게 아니라 그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소통을 했어야 했다. 그것이 상대방,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이를 '실행 가능한 최소의 노력(Minimum Viable Effort)'이라고 하는데, 만약 어떤 습관을 들이는 데 번번이 실패한다면 바로 이 '실행 가능한 최소의 노력'을 해보라. 방법은 간단한다. 내 친구가 그랬듯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단계를 따로 떼어내어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일부터 행동해보는 것이다. 단, 이 행동을 계획할 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해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필수다!


연초에 야심 차게 세운 새해 목표는 항상 실패한다. '야심 차게' 세운 것이 문제였다. 목표는 가능한 한 잘게 쪼개고 쉬운 것부터 단계 단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살을 5kg 빼고 싶다가 아니라 아파트 계단만 사용하겠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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