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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Apr 08. 2016

한국 식당 '미소'

PURA VIDA_024



 

  학생들과 수도 San José(산호세)에 있는 한국 식당 미소에 갔었다. 학생 차를 타고 갔는데 교통이 불편해서 차 없이 가기는 힘들 것 같다. 음식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 학생들이 극찬을 했던 식당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람 입맛에는 조금 짰다. 짠 것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떡볶이를 먹고 싶었는데 떡이 나중에 들어온다고 해서 결국 제육볶음을 먹었다. 





  미소 식당의 메뉴. 터무니없이 비싼 메뉴들도 보인다. 저 가격에 곱하기 2.1 정도 하면 우리나라 원 가격이다. 하긴 이곳에서는 재료를 구하기가 힘드니 어찌 보면 합리적인 가격일 수도 있다.





  내가 먹었던 제육볶음. 학생들은 안 매운 닭갈비를 먹었다. 이곳에서는 몇몇 메뉴를 매운 것과 안 매운 것으로 나눠 판다. 이 나라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 하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Heredia(에레디아) 시내에 가서 신발을 한 켤레 샀다. 한국에서 신발을 달랑 두 켤레 들고 온 나는 지금도 그게 너무너무 후회된다. 내 발 사이즈는 225~230인데 이곳에서는 작은 신발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예쁜 신발을 간혹 가다 발견하더라도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산다. 그리고 질도 한국 신발이 훨씬 좋다. 저 신발은 중국산이다. 살 때는 몰랐는데 몇 번 신어보니 불편해서 다시는 중국산 신발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쇼핑을 하다 중간에 지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공원에서 먹었다. 햇빛은 쨍쨍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다. 다시 한 번 에레디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쇼핑을 다 하고 학생들이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웬돌린과 마리아 자매인데 나를 많이 챙겨 주려고 하는 학생들이다. 가는 길에 비가 몇 방울 떨어지다가 그쳤는데 문득 하늘을 보니 무지개가 떠있었다. 태어나서 저렇게 크고 선명한 무지개는 처음 봤다.





  웬돌린이 선물이라며 준 과일과 초콜릿. 저 과일은 웬돌린의 집에서 하나 먹었는데 내가 맛있게 먹으니 집에 갈 때 하나를 더 줬다. 여기에 와서 본 과일 중에 제일 신기했다. granadilla(그라나디야)라는 과일인데 흔히 볼 수는 없다. 껍질을 까서(깐다기보다는 연다고 하는 게 맞다) 속에 있는 알맹이를 씨 채로 먹는다. 안은 조금 징그럽게 생겼지만 맛있었다. 잘 익은 건 달고 안 익은 건 아무 맛도 안 나는 것 같다. 나중에 사 먹으려고 과일가게에 갈 때나 마트에 갈 때 유심히 봤는데 한 번도 못 봤다. 아무래도 웬돌린에게 어디에서 샀는지 물어봐야겠다.





  내가 계속 버스 정류장에 내려 달라고 우겼지만 결국에는 학생들이 또 집까지 차로 데려다줬다. 차가 막혀 30분 정도 걸렸다. 이거야 원.....학생들에게 신세를 지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식비도 더 많이 내고 간식도 사주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학생들이 나를 말렸다. 학생들 역시 나에게 신세 지는 게 싫은 듯하다.





  마리아가 선물이라며 준 '어린 왕자' 스페인어판. 본인이 소장용으로 사놓은 책인 것 같다. 겉표지를 투명한 비닐로 싸놓기까지 했다. 고마웠다. 책을 보자 지난번에 책 사이에 끼워 두었던 꽃이 생각나서 다이어리에 붙였다. 안드레스가 주고 간 꽃이다.



오늘의 기록_2016.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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