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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Aug 16. 2020

코리안 티처가 읽어 본 「코리안 티처」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서수진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를 읽고


  자주 들어가는 한 도서 사이트 메인에 뜬 「코리안 티처」를 보고 호기심에 클릭을 했는데 한국어 강사에 대한 소설이라고 해서 바로 결제를 했다. 오늘 저녁 책을 펼친 지 두 시간 만에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목차부터가 ‘봄 학기, 여름 학기, 가을 학기, 겨울 학기, 겨울 단기’. 코리안 티처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맞다. 일명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이다.



  한국어 강사의 현실을 알리는 글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많이 나온다. 나도 브런치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고, 기사에서도 종종 언급이 된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보통 ‘한국어 강사’라고 하면 외국인들 만나면서 재미있게 돈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기에다가 ‘프리랜서’라고 하면 자유롭기까지 하다며 부러워한다. 그 말에 정말 그렇다고, 직업 선택을 잘한 것 같다고 맞장구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왜 내가 하는 일의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을 내세우게 되는 것인지. 언젠가부터는 그 나쁜 점들에 대한 세세한 부연 설명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안 좋다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내 모습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학 기관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강사 일을 시작했던 2012년만 해도 한국어 강사 처우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2012년에 받았던 시급을 2020년에도 똑같이 받고 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될 것이다. 이제 책 이야기를 마저 해 보자.




  「코리안 티처」는 H대학 한국어학당의 시간 강사인 선이, 미주, 가은, 한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는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선이, 미주, 가은, 한희가 되었다. 부당한 요구에도 ‘까라면 까야지’라고 생각하는 선이와 잘릴 땐 잘리더라도 못하는 건 못하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대학원 학자금과 생활비 때문에 내심 불안해하는 미주, 어떻게든 강의평가 1등을 받고 싶어 하는 가은과 살아남기 위해 갑질을 당하는 것과 하는 것 모두에 익숙해져 버린 한희까지. 이들 중 누구 하나를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어 강사로 일하다 보면 무수히 많은 선이와 미주, 가은과 한희를 만나게 된다.

  또한 이 픽션 아닌 픽션에서는 한국어 강사의 현실뿐만 아니라 한국어 강사가 할 수 있는 한국어 교육에 대한 고민도 엿볼 수 있다. 특히 미주가 하는 고민들은 나도 해 보았던 고민들이라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에 실린 추천사


  한국의 대학 어학당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호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소설은 10년을 응모한 끝에 당선되었고 당선 전화를 받고 펑펑 우셨다고 한다. 한겨레출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코리안 티처」를 처음 접하고 어떻게 한국어 강사 이야기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감탄하면서도 이 선생님은 이제 글 쓰는 일로도 계속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나도 ‘고정적 수입’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거다. 아무튼 이 책으로 인해 한국어 강사의 현실이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 한국어 강사들도 처우 개선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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