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을 Jun 10. 2022

홈스쿨러지만 집은 학교가 아니다

 "우리 아이는 홈스쿨링 해요."

 "홈스쿨링이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학생들이 장기간 등교를 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받으면서 학교에 대한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교가 교육기관일 뿐 아니라 보육 기능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면도 있었지만, '학교에 꼭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나면서 오래된 믿음이 흔들리게 되었다. '맘 편한 카페 2(E채널)'이나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 등 여러 매체에서 홈스쿨 가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축구선수 이동국의 홈스쿨링이 화제로 떠올랐고, 다섯 자녀를 홈스쿨링 하는 가정이 등장하거나, 언스쿨링을 계획하는 가족도 소개됐다. 알게 모르게 홈스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은 내 얘기를 듣고 눈이 동그래지곤 한다. 홈스쿨링을 바라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보기 힘든 탓이리라.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고,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검정고시로 졸업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하면 그다음으로 궁금한 건 공부 방법이다.


 "어떻게 공부해요?"

 "저랑 같이 해요. 오전에만 짧게요."


 엄마가 가르친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이지 깜짝 놀란다. 초등 3학년만 해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기본 다섯 과목이다. 그 교과를 엄마가 다 가르친다니, 원래 아무리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치는 게 국룰아닌가? 엄마가 교육대학이라도 나온 걸까, 무슨 능력자이기에 그걸 다 가르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입장에서 궁금한 게 당연하다. 그러면 난 또 열심히 설명한다. 학교랑 똑같이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고 미취학 연령의 동생들은 아얘 학습을 하지 않는다고.


 다시 말하자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을 모두 공부하는 형태가 아니다. 공부를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학교처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열 살인 아이를 집에서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하는 3학년 1학기 교과서를 모두 구입했다. 하지만 그 교과서를 활용하는 과목은 단 하나도 없다. 내가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학년별 학습 목표와 내용 구성이었다. 국어는 2학년부터 교과서 활용을 하지 않았다.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다.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활동으로 '국어'에서 본래 가르치고자 했던 본의를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학은 번역된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활용한다. 우리 교과서도 좋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수학 교과서가 너무 어렵다고 하는데, 집에서 따로 심화 문제를 가르치지 않는 이상 교과서 자체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때보다 교과서가 훨씬 생활 밀착형이 됐다고 느꼈다. 그런데 굳이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한꺼번에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따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공부는 성경읽기를 포함하여 오전 2~3시간 정도만 한다. 점심을 먹고 짧으면 15분, 길면 한 시간 정도 책을 읽고 피아노나 미술을 배우러 학원에 간다. 그 이후는 자유 시간이다. 숙제는 물론 없다. 홈스쿨링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지인들은 나더러 대단하다고 한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 힘든데 어떻게 공부까지 가르치느냐고. 하지만 내입장에서는 학교를 보내는 분들이 더 대단하다. 아이들이 공부를 비롯해 할 일이 정말 많고, 부모들은(대게 엄마들이) 그것을 모두 뒷받침해주느라 쉴 틈이 없어 보인다. 홈스쿨링을 하면 선택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한 과목만 공부할 수도 있다. 공부 시간이 많지도 않다. 잠깐 가르쳐주고 스스로 학습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멋쩍다.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하면 잘난척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말은 안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챙겨줘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으로 들로 다니지는 않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