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오래되었다. 오래되었지만 농익지 못했다. 켜켜이 먼지만 앉았다. 후후 불어보고, 탁탁 털어본다. 네가 익어가는 열매가 아니었다면 나는 땅에 뭍어보련다. 흙을 덮어 도다듬어주고 꾹꾹 밟아주련다. 가끔 물을 줄테고, 햇볕을 받으면 언젠가 싹이 올라오는 날이 있겠지. 내가 기대한 그것이 아니어도 좋다. 나의 시야는 내 삶의 배경이라는 렌즈 안에 갇혀 있다. 멀리보는 것 같지만 넓게 보지 못한다. 높은 하늘에도 깊은 절벽 아래로도 가닿아 본 일이 없다. 그러니 너는 내가 기대한 그것이 아니라면 더 좋겠다. 겨울에 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