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가르침
금선사에 다녀왔다. 금선사가 자리하고 있는 산기슭은 겨울 산이 가지고 있는 쓸쓸함 대신 재립(再立)을 준비하는 생동을 느낄 수 있었다. 풀잎도, 나뭇잎도 모두 바스락거리는 탄소덩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봄의 따스함과 발랄함을 그 속에 응축하고 있었다. 그 덕분일까. 금선사는 자그마한 사찰임에도 그 속은 밀도 높은 공간감과 생기를 지니고 있다. 서로 다른 층위를 가지는 건물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포근하게 방문객을 맞이해 주었다.
금선사는 속세 너머의 세상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것만큼 고요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마주한 적 없던 지옥을 보고 말았다.
"지옥은 지하세계에 있는 것도, 사후세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내 마음이 곧 지옥입니다. 화가 날 때,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증오할 때, 바로 그때 내 마음이 지옥이 위치하는 곳입니다."
- 금선사 현성스님 -
지옥은 죽어서 가거나 내가 죄를 지어서 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내가 괴로울 때, 내가 너무 힘들 때 그때 내 마음속에 지옥이 자리 잡는다. 지옥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바로 내 안에 있었다.
불교에서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고통이 기본값이고, 그 속에 찰나의 기쁨과 안락함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종종 그 찰나에 머무는 기쁨과 안락함을 놓지 않으려 고통 속에서 더 큰 고통을 스스로 초래한다.
삶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통에 얽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고통받고 있는 나 자신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 안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흘러가게 놓아주는 것. 그것이 내가 고통으로 가득한 현생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앞으로 내 마음속에 지옥이 자리하는 날들이 수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 지옥불에서 고통스러워하며 그 고통을 부정하기보다 지옥의 여러 풍경을 유람하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 지옥도, 불행도 모두 복된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처럼 흘러가게 놓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