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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우 Jan 12. 2023

차원론을 통한 MBTI에 대한 고찰

이 글은 하나의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MBTI로 타인의 성격을 다 알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갖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 차원론에서 답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1. 차원과 인간이 보는 세상


1) 차원이란 무엇인가.

차원이란 한 물체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다. 2차원에 존재하는 물체는 2개의 수치를 통해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3차원은 거기서 1개의 수치를 더한 3개의 수치를 통해 위치를 특정한다. 아래의 그림에서 초록색 원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 3개 축 각각에서 바라본 위치값이 필요하고 그 세 위치값의 교차지점을 통해 해당 물체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초록색 원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3개의 수치가 필요했으므로 초록원이 존재하는 세상은 3차원 세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초록원이 놓여 있는 세상과 같은 3차원 세상이다. GPS 시스템이 3개의 인공위성이 측정한 거리를 통해 우리 현재의 위치를 특정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며,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무수히 많은 예들을 찾을 수 있다.




2) 인간이  보는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이 3차원이라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도 과연 3차원일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각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정보를 얻고 우리의 인식체계를 지배하는 감각은 시각이다. 시각 인지는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가시광선)이 수정체를 통과하여 망막에 맺힘으로써 가능하다. 이때 주목할 점은 빛이 망막이라는 면에 맺힌다는 것이다. 세상은 3차원으로 이루어졌으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곳은 2차원의 면이기 때문에 그로부터 발생하는 정보는 2차원의 정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3차원임에도 불구하고 2차원 밖에 볼 수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눈 구조와 두 물체


위 글을 읽자마자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들끓는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사진의 두 물체를 바라봐주었으면 한다. 책상 위에 두 물체가 입체로 보이는가? 아니면 면으로 보이는가? 입체라고 보인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당신이 3차원의 입체를 볼 수 있는 존재라면 물체의 뒷면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과 같이 인간은 물체의 뒷면을 보지 못한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망막이라는 2차원의 면에서 감각되기 때문에 물체의 모든 면을 보는 것은 인간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 인간의 뇌는 시세포를 통해 들어온 2차원의 정보를 원근을 바탕으로 3차원 정보로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 우리가 세상을 3차원처럼 인식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원근법이 적용된 그림을 보았을 때, 입체로 느끼는 것이 그 변환 작업의 예이다. 


앞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인간은 감각기관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2차원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걸 확인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실제 세상과 인간의 인식 간의 괴리가 발생한다. 아래 그림처럼 네모를 위에서 바라보았을 땐, 네모들이 모두 같은 높이에서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옆에서 보면 그 높이가 서로 다르고, 전혀 맞닿아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3차원으로 보면 그 차이가 더욱 현격해진다. 이처럼 실제 세상의 모습과 우리가 인식하는 모습은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상에 대한 우리의 해석도 세상의 단편을 해석한 불완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 인식의 한계와 MBTI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인간이 가진 감각기관 중 시각은 뇌가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감각기관이다. 이에 따라 인간은 세상을 인식할 때 대부분 시각을 이용해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세상이 3차원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시감각 기관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2차원 정보로 세상을 해석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세상의 모든 면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그저 보이는 면만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초기에 내가 품었던 그 질문을 다시 던져보고자 한다.


MBTI로 사람의 성격을 다 알 수 있을까?


내가 바라보는 저 사람의 모습이 사교적이고(E), 이상적인 꿈을 가지고 있으며(N),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고(T), 여행을 갈 때 엑셀로 계획을 정리한다고 해서(J) 저 사람의 성격을 ENTJ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판단하고, 정의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 사람의 성격 또한 ENTJ일까? 또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집에 있기를 좋아하고(I),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며(S), 드라마 주인공에 열렬히 감정이입 하고(F), 매사에 즉흥성을 강조한다고 해서(P) 나의 성격을 ISFP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정말 나는 ISFP일까?


 그 질문에 나는 '아니요'라고 답하겠다.


MBTI는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의 정보로 해석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와 같다. 인간 성격은 인간을 이루는 물질적 특징과 마찬가지로 3차원의 다면체다. 인간은 내가 속해 있는 환경, 그 시점의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는 ENTJ이고, 친구들과 있을 땐 ENTP가 되었다가 집에 돌아오면 INTP가 된다. 이처럼 인간은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2차원 밖에 보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내 눈앞에 보이는 그 한 면으로만 대상의 모습과 성격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므로 "너는 ENFJ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너는 내 앞에서는 ENFJ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그 사람을 더 올바르게 인식하는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간단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장황한 글을 썼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글로 인해 위안을 받았다. 가끔 편협한 생각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구나,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구나라고 자책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내 인식체계를 이루는 물질의 차원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었어! "


참 좋은 변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이 자주 쓰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 또한 이 변명을 자주 쓰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대상을 우리에게 보이는 면으로만 해석하고 규정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 그러한 판단을 할 때가 많은데, 이 판단은 때때로 대상을 옥죄는 틀이 되기도 한다. 또한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특정한 면만 보고 판단함에 따라 나라는 존재를 한계 짓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기관이 한계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인간이 가진 내재적 다양성과 잠재성이 한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무수히 다양한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그 가능성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인식체계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것을 극복하려는 자세, 즉 대상을 다양한 시점에서 이해하려는 그 자세에 중점을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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