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일, 삶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들
브런치와 스웨덴대사관이 함께 한
<스웨덴 경험을 나누다>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스웨덴... 했을 때, 저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량한 하늘과 바람 그리고 유모차입니다. 생애 첫 나 홀로 여행을 스톡홀름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느꼈던 많은 이야기들을 <스톡홀름에 반하다>라는 매거진(2017. 3. 31 완결)으로 연재했습니다.
한국과는 참으로 많이 달랐던 스웨덴을 바라보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사회가 이끄는 관성이 아니라 나만의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좋아하게 된 스웨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인 듯하여 이번 브런치 작가 초대전에 신청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초대받게 되었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택시는 구불구불한 성북동 골목길의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올라 스웨덴대사관저 앞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니 까만 제복을 입은 남성이 우산을 받아주었고, 이어 키가 큰 금발머리 여성이 환한 미소로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Welcome!"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여성분이 안 회그룬드(Anne Hoglund) 대사님이었다. 문 앞에서 격이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의자를 나르거나 실무자처럼 활발하게 신경을 쓰는 등 끝까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은 주로 우메오(Umeo)대학 교수님, 석사, 교환학생의 발표를 통해 스웨덴 교육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나누는 것이었다. 들을수록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고개만 끄덕이게 되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 꿈을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들. 긴장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익이 아닌 본질을 추구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무엇이 그런 희망을 갖게 했을까?
우메오 대학(Umeå University) 인지공학과 그레그 닐리(Greg Neely) 교수님은 스웨덴에선 모두 자신을 그레그라 부른다고 했다. Professor라 부르지 않는다고. 한 학기 동안 여러 과목을 동시에 듣는 우리나라와 달리 한 번에 한 과목씩 수업이 진행되어 교수와 학생들 간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학점은 A, B, C로 주는 것이 아니라 Pass, Pass with honor, Fail 이렇게만 나누는 절대평가 방식이라고 한다. 랭킹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면 되는 것이니, 누가 더 잘했는지 수직적으로 나뉘고 비교되기보다, 다 같이 통과한 수평적 동지 의식이 생길 듯하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긍정하는 분위기여서 토론과 질문이 많은 수업 분위기도 자연스레 형성되는 듯했다. 누구와도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숲과 호수, 섬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삶을 추구하는 스웨덴 사람들. 어떤 사람에게 친환경 농산물이 더 비싼데도 구매하는 이유를 묻자, 친환경을 위해 그 정도 돈은 지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신의 몸을 위해서 사지 않을까? (나의 경우는 싼 거 사려고 사지 않는 편이다ㅠ) 결국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우리나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은 과연 그런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민자가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니 동양인으로서는 조금 안심하고 스웨덴 유학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손엔 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거리를 다니는 남편들을 일컬어 '라테 파파'라고 한다는데, 이렇듯 남녀평등 또한 일반적인 상식인 나라다. 우메오대학에서 관광개발학 석사를 진행 중인 김도희님의 발표 덕분에 스웨덴에서 추구하고 있는 인종 간의 조화, 성별 간의 조화, 자연과의 조화 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세 번째 발표는 우메오대학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엄세현님이 디자인으로 본 스웨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중심에 있는 스웨덴 사람들은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그들이 말하는 디자인의 정의는 이것이라고 한다. (산업디자인)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아름다움 같은 개념 쪽으로 머리를 굴려보고 있던 나는, 순간 그 건조함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들이 단지 추상적인 감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본질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고 말았다.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한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물 또한 그렇게도 아름답다는 것이 마지막 감탄. 엄세현님은 이를 아울러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함'이라고 했다.
이러한 인식은 1919년 스웨덴의 미술사학자 그레고르 파울손이 "보다 나은 일상용품", 미학적인 오브제의 폭넓은 보급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실제로 스톡홀름에 여행 갔을 때, 거리의 평범한 것들이 아름답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웨덴 빌딩에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도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이 많은데, 이렇게 만든 목적은 장애인이나 아이, 노인 등 문을 열 힘이 부족하거나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소수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시간이든, 비용이든, 디자인이든 말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혹은 시스템이 결국 다수로 하여금 소수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니 시스템은 중요하긴 한데 일단 그전까진 우리 각자가 그런 의식을 조금 더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결국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불만 지피는 세션이 끝나고 네트워킹 시간이 시작되었다. 대사관측 사람들, 스웨덴 학생들, 다음카카오 브런치팀, 초대받은 브런치 작가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스탠딩 테이블에 모였다. 스웨덴 전통 음식으로 마련된 뷔페 식사를 즐기며 각자의 관심사와 경험담을 나누었다. 스웨덴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기에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흘렀다.
다큐멘터리 PD를 준비하는 분의 영화 리뷰, 글쓰는 백구님
패션과 문학을 접목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시는, 옷 읽는 남자님
화려한 해외 인턴쉽 스토리, 이재규님
비전과 여행 스토리를 나누시는 인재개발 전문가, 정인기님
요리하고 사진 찍고 글 쓰시는, 장준우님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 그 다양성이 너무나 풍성하게 느껴지고 즐거웠다. 하나같이 똑같은 것도 있었다. 나만의 것,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는 모두의 눈에서 똑같이 빛나고 있었다. 스웨덴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다.
Thanks To 브런치팀
"소중한 기회 마련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스웨덴대사관저 방문과 관련자분들을 만나 뵌 경험은 물론이고, 다양한 브런치 작가분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브런치 작가 데이'라도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꿈을 열심히 키워가시는 분들이더라구요. 브런치 독자분들께 좋은 콘텐츠로 격려와 위로, 재미와 지식을 나누는 작가분들과 기획과 운영을 위해 애쓰시는 브런치팀을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