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팥 Mar 01. 2019

발표

190301


면접에서의 발표

학술대회에서의 발표

스터디에서의 발표

세미나에서의 발표

...


그러고 보니, 최근 방학 동안 발표를 참 많이 했네.

무엇이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

마치 솜사탕 기계 속에서 부유하는 설탕들을 뭉쳐 뭉쳐 모아서 하나의 솜뭉치를 만들어내는 기분.


발표를 업으로 삼았던 나였던 만큼, 무언가를 얘기한다는 것이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곰곰하게 생각해보니, 정확한 사실을 상대방의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요즘 내 발표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교수님, 공학 쪽 학생들이기 때문이지.

나보다 더 이쪽 분야를 잘 알고, 이미 내가 무엇을 발표할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요즘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나쁜 말투가 붙고 말았어.

어제도 어찌나 이 말을 남발했는지.. 끝나도 화장실을 가서 보니까 내 얼굴이 새빨간 게 아니라 시뻘겋더라고.


거울을 보면서,

발표하고 있는 네가 모르면 어떡해?

그렇게 말할 거면, 미리 열심히 했어야지.

그러면서 혼자 또 자책..


그래도 난 없는 것을 지어내서 말하는 것보단

있는 것을 사람에게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

더 즐거운 것 같아. 없는 것을 설명해줄 때 사람들의 표정은 '아...?' 이러지만 이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나보다 밝거든.

그래서 더 하나라도 파고드는 것 같고.


언젠가 그들을 대신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확신에 차서 명확한 말투로 발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