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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pr 23. 2019

중간고사 과제  

교수님께서 중간고사 과제로 특이한 미션을 주셨다. 

'나에게 진정한 타자를 찾아 심층 인터뷰를 하고, 보이스 노벨을 만들어오세요' 

3가지의 미션이 합쳐져 있는 과제이다. 첫째, 진정한 타자를 찾아야 하고, 둘째, 그동안 배운 텍스트를 기반으로 심층 인터뷰를 해야 하고, 셋째, 보이스 노벨을 만들어오라는 것. 어떤 미션이라도 정말 쉽지 않다.


사실, 내가 지금 수강하고 있는 과목은 '인간 연구'라는 과목이다. 그동안의 수업에서 줄곧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선험성과 더불어 용서의 개념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다뤘다. 교수님께서는 학기 초반에 이러한 인간에 대한 관심이 결국 A.I로 연계되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나 역시, 요즘 A.I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이를 위해 먼저 인간을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수강하고 있었다.


와. 근데 정말 쉽지 않네. 우선 지금 2주 째 나에게 진정한 타자가 누구일까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사실, 첫째로 잡은 타자는 '카카오톡 속의 너' 였다. 모든 사람들을 카카오톡 상으로 대하는 것과 실제로 만나는 것과 너무도 감정선이 다르게 느껴져서, 카카오톡 속의 존재와 실제 존재에 대해 나에게 '낯설다'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 카카오톡 속의 챗봇한테 어떤 질문을 던질지 생각해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던져보았다. 


그런데, 어제 문득 집에 빌려 놓은 한병철 교수의 '타자의 추방'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보면, 정보 사회, SNS로 좋아요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른 것보다 '같은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경청하는 직업이 생겨날지 모른다고 한다. '경청' . 갑자기 이 단어를 보는데 왜 소름이 돋는거지.. 교수님이 말씀하고 계시는 지점이랑 연결되었다고 생각되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니 주변을 너무 보지 않고,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다닌다. 길을 몰라도 앱을 보지, 절대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내가 주변을 신경썼던게 얼마나 되었던가. 우리 학교 뒷쪽의 기사 식당의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아주머니는 어쩌다 일을 하게 되셨을까?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니 이 또한 좋다. 


영화 '영주'에서 영주는 자신의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용서할 수 없는 이들을 만나서 용서의 개념에 대해 알아간다. 교수님도 Im-possible 의 지점에서 possible을 찾아간다 하셨다. 없음에 대해 인지가 될 때 비로소 그 존재에 대해서 느끼게 되는 것. 그래, 이건 아마 나를 위한 과제가 아닐까. 


사실, 중간고사 과제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그렇게 힘을 들이라는 의미로 주신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하나 낯선 단어가 있긴 하다. 그 단어에 익숙한 친구에게 연락했다. 조금 그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답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뿔사, 그런데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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