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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글로제이 Aug 06. 2019

오랜만에.

오랜만이네요.

빼빼로와 오레오

지난번 글을 쓰고 6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전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하루 이틀 미루기 시작한 건 스페인어 어학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인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요.


스페인어 레벨을 3단계까지 마쳤고, 또 한 번의 이사를 했으며, 사랑스러운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했습니다. 제 생일, 짝꿍의 생일을 보냈고, 오늘은 짝꿍과 제가 처음 만난 날의 네 번째 기념일입니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사실 사건 사고를 이야기하자면 또 한바탕 수다를 떨 만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레벨 3을 같이 들었던 반 학우가 너무 싫어서, 이런 내가 싫어진다고 느낄 만큼 험담을 했던 일이 있었고, 지난 주말에는 학교 친구들과 침보라소(Chimborazo) 산에 갔다 왔습니다. 침보라소는 지구 중심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해요. 해수면을 기준으로 하면 에베레스트가 가장 높은 산이고요. 에콰도르 자체의 고도가 워낙 높고, 두 번째 베이스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어서 우리가 걷기 시작한 지점은 해발 4800미터였습니다. 세 번째 베이스의 높이가 5100미터였는데, 저는 딱 5000미터 지점까지 밖에 못 올라갔습니다. 등산 당일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겨우 200미터를 올라가고는 고산병이 심해져서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지요. 그래도 잠깐 동안 구름이 걷혀, 눈 덮인 침보라소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100미터쯤 더 올라갈 수 있을까요? 확실히 에콰도르는 키토만 벗어나면 너무 아름답고 푸른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눈도 마음도 호강하고 돌아왔지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어학당을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디서 살아야 할지 등 많은 고민이 있었고, 지금도 하는 중이고요. 요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여주 이나영이 7년 경단녀로 1년간 취업을 못하고 있다가 학벌을 고졸로 다운그레이드 한 이후에야 경영지원팀 막내로 입사를 하게 됩니다. 그걸 보고 있자니, 더 늦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가능성이 영영 없어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습니다.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인 듯싶지만, 결국 능력 있고 잘생긴 연하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며 그렇고 그런 한국 드라마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재밌게 보고 있는 제가 참 대견합니다만,)


에콰도르에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하라는 사람도 있고, 식당을 해보라는 시어머님의 말씀도 있고, 한국으로 돌아가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내가 재미있고, 잘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걸까 하고 말이죠. 사실 이 고민은 20대부터 쭉 해왔습니다. 근데 답이 없어요. 

.........


라고 글을 쓴 지가 또 벌써 4개월이 지났어요. 오늘은 벌써 2019년 8월 5일.

참 시간이 유수인 것은 한국에 있으나 에콰도르에 있으나 별반 다르지 않네요.

글 하나에 시간차가 약 4개월에서 10개월을 오가니, 왠지 이런 글을 포스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올리기로.


그간 스페인어는 레벨 4까지 마쳤습니다. 웃픈 사연으로 제가 다니던 어학당에 레벨 5 이상은 더 이상 개설되지 않을 거란 소식을 듣고, 지금은 전에 학교에서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과 그룹과외를 받고 있습니다. 14~5명씩 한 반에서 수업을 들으며, 하루에 발표 한 두 번 하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던 학교 강의와 다르게 세 사람이 오손도손 수업을 받으니 진도도 탄력 있게 나가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쭉 진도를 나가서 원하던 DELE 시험의 C1를 딸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도 생깁니다.


다행인 것은 레벨 3 이후로 이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집이 멀어서 불편한 감이 있긴 하지만, 우리 개냥이들이 한껏 뛰어놀 수 있는 크기의 집에 언제 또 살아보겠냐는 맘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금방 또 이사를 할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계속 머물러도 이사를 해도 좋을 것 같은 맘입니다.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기 계발 유튜브와 여기서 추천받은 책을 읽고 있어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자세로 읽은 책의 서평을 남기려고 합니다. 

한국이라면 다양한 독서모임을 찾아서 강제성을 부여했겠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니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도를 해 보려고 합니다. 한 달에 최소 두 권의 책을 읽고 서평 남기기.


오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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