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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로하다 Jun 09. 2020

"책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서점"이라는 말이 과연 정답일까?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전화를 해온다.

그 출판사에서 만든 책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살 수 있느냐, 가격은 얼마냐...

이분이야말로 나를 먹여살려주시는 독자 the GOD 님이시다.

물어보시면 최대한 친절하게 말씀드린다.

"책은 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근처 서점에 있는지 확인하셔서 주문하시면 보통 하루 이틀 안에 구비해놓을 거고요.

아니면 교보문고나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아, 네. 온라인서점은 계정이 없는데..."

"저희한테서 바로 구입하시면 X부 이상, 운송비 얼마를 부담하셔야 하는데 서점에서 구입하시면 훨씬 더 저렴합니다."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전화를 끊으면 좀 씁쓸했다. 책이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멀어졌구나... 하는 생각에.


그런데, 이제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


1) 도서정가제로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건 2014년 11월 개정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수금을 원활하게 해줄 수 없는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공급률에 차이가 생겼다. 또한 적립금과 쿠폰, 카드할인 등 이외에도 오프라인 서점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폐지가 아니라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적정 공급률을 맞추는 등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2) 코로나로 온라인 구매 비중이 확실하게 늘고, 오프라인 비중이 확실하게 줄었다.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앞선 것은 이 서점이 온라인 매출 집계를 시작한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코로나19 사태 탓에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3) 출판사 입장에서 책을 사는 사람은 서점에 모여 있다. 하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은 네이버 쇼핑, 다나와에 있다. 유독 책만 분리되어 있다. 그럴 이유가 있을까? 온라인 서점이 문화를 파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은 서점에서 판다"는 건 나의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이든 책이 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책을 팔 수 있다.


4)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단행본 출판의 특성상, 특정 분야나 전문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서점이 모두 맞출 수는 없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책도 텀블벅에서 많은 사람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온라인 서점은 이런 독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TRPG 계의 독보적인 출판사 도서출판 초여명은 초창기엔 대표가 직접 이스트백 가방에 책을 담아 지하철로 운반해서 공급하던 출판사다. 지금은 교보문고와 직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배본사가 있어야 한다.

초여명은 12개 프로젝트로 2020년 6월 9일 현재 총 6988명, 9억 3972만 4340원의 후원을 받았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금액은 제외했다.)


5)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야 하나? 4)에서 단순히 '텀블벅이 떴다!'는 것만 볼 게 아니다. 독자가 더 이상 서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클라우드 펀딩이나 카페 공동구매처럼 독자를 모을 수도 있다. 출판사 직영 스토어에서 온라인 서점과 다른 것을 제공할 수도 있다.


마음지기 출판사는 일반 서점뿐만 아니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책을 구입할 수 있는데, 한 권만 구입해도 책과 드라이플라워 포스트카드를 선물용 상자가 담아 배송해준다.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여기서 석고 방향제(향 랜덤), 디퓨저까지 추가된다. 포스트카드에는 멋진 캘리문구 10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은 이런 정성을 독자에게 전하지 못한다.

메이드인 출판사는 스마트스토어에서 책을 구입하면 책에 보자기 포장을 해서 배송한다.

세련된 포장은 아니지만, 코로나로 직격탄을 입은 대구에서 보자기를 공수했다.



코로나는 원래 있던 시장상향을 변화시켰지만, 원래 있던 경향을 더 급속화시켰을 뿐이다.

책은 서점에서만 파는 게 아니다. 서점에서 책만 팔 것도 아니다.

모두 독자를 찾아 나서야 하고, 독자가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작은 출판사일수록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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