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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로하다 Sep 05. 2020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책값이 얼마나 싸질까?

1인 출판사 사장의 걱정거리

책통법이라고도 불리는 도서정가제. 이게 없어지면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대처할까.

출판계는 대표적인 사양산업, 올드미디어답게 시스템 변화가 느리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타의로 할인을 해야 한다면 30%. 그렇다고 제작비, 편집비가 늘어난 건 아니니 정가를 그만큼 올린다. 기존에 10% 할인하던 책을 30% 할인하려면, 정가를 20% 올려서 15000원짜리 책이 18000원이 된다.


하지만 정가를 올리면 인세도 늘어난다. 그러니 10% 인세를 5~7%로 낮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 연봉을 동결하거나 내보내려 하겠고, 직원이 없는 곳은 비용이 더 낮은 프리랜서를 찾는다. 크몽, 라우드소싱이 이를 흡수한다. 출판사는 300만원 나가던 외주비용을 150만원으로 줄이고, 이 과정에서 완성도를 희생한다.


정가 15000원이던 책을 13500원에 사다가, 

18000원으로 오른 책을 12600원에 사게 된다.

저자 인세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출판사 직원은 직업을 잃거나 연봉을 삭감당하고, 프리랜서가 받던 작업비용은 내려가며, 책의 완성도도 떨어진다.


그런데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입소문이 퍼지지 않고, 추천도 떨어진다. 광고로 띄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종당 판매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더 다양한 책을 내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그러잖아도 출판은 계속적으로 초판 제작수량을 줄여오고 있다. 2000부, 1500부가 사업적 마지노선이다. 다 팔아도 안 남는 수량인데, 지금 딱 그 수준이다. 여기서 더 줄이면 사업적인 의미가 없다. 출판 사업자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견딜 수 없다.


할인을 견딜 체력이 있는 중견 출판사 이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금도 읽을 책 없다는 독자가 많은데, 다양성은 시장성에 치여 사라진다. 독립출판은 각광을 받을 수 있으나 주목받은 소수의 이야기일 뿐 사업으로서 전망은 없다. 독립출판사, 저자는 책을 안 내면 그만이겠지만, 독립서점은 문을 닫는다.


전반적인 그림을 보면 자연스럽게 출판사 사업자들의 연착륙, 출판산업의 출구전략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출판을 죽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900원에서 비롯된 일이다.


2019년 11월 출판물류창고 화재 사진. 출판의 미래는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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