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INA Feb 23. 2022

우리는 연대한다

그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전시관 안에 걸린 학생과 선생님, 여행객의 사진을 찬찬히 보고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합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벽을 읽은 뒤 입구에 서있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기에서 일하고 계세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찬찬히 눈을 들여다보았다. 세월호를 혐오하는 사람일 수도 있기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되물었다.     



“기자분이세요? 아니면 어디 소속되신 건가요?”

“아니요, 그저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인데, 저는 여기 공간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프거든요. 그래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계시는지가 궁금했어요.”     



그제서야, 마음의 문의 빗장을 풀고 편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안전법’은 유가족들이 만든 거야.(정세랑, <피프티피플>) 이런 말이 있는데요. 공간 안을 보시면 알겠지만 남영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가 함께 안내돼있어요. 혹시 서해 페리호 침몰을 아시나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서도 소개했는데요. 300명 가까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지만, 추모비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어요. 삼풍백화점 붕괴도 마찬가지로, 안전공원이 적절한 곳에 세워지지 않았고요.     



<로그북>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세월호 내 활동했던 민간잠수사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거기에 해군으로서도 일하셨던 잠수부 한 분이 나오시거든요. 그 분은 지금까지 많은 참사를 겪고 바다 속에서 시신을 운반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세월호처럼 트라우마를 겪을 만한 참사는 없었다고 해요. 역시 공간 안을 보시면 알겠지만, 세월호와 관련해서 제대로 된 안전법이나 안전망이 설치되지 않았잖아요.     



공간에 가끔 혐오발언을 하는 분도 오세요. 하지만 그 분들에게 제가 ‘선생님, 그러면 제주도 여행 갈 때 배를 타고 가실 마음이 들거나, 어떤 배를 타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으세요?’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시겠죠. 이 공간은 그래서 존재하고, 저는 그런 기억들을 나누고, 가족분들의 의지를 이어가고 싶어요.     



내 말을 들은 방문객이 자신의 이야기도 공유해주었다.      



“저희 아버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세월호 사건 당시의 희생자 시신을 볼 일이 있었대요. 그때 가슴이 참 아프다고 얘기하셨어요. 저는 지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제가 가르칠 나이대의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희생당한 걸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우리는 몇 마디 이야기를 더 나눴다. 방문객은 내게 “멋있어요 화이팅!”이라고 말하며 멀어져갔다.     



가끔 커피와 과자 등을 들고 다시 돌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이렇게 추운데 고생하신다고 말하며. 아주 따뜻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나는 연대에 소속돼 신성한 노동을 하고, 노동법에 따른 돈을 받는 사람인데, 이런 온정을 받아도 되는 걸까 싶은 황송함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온정을 나눌 때 느낀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고. 우리는 연대한다. 그리고 연결되어 있다. 결국 우리의 연대는 세상을 어떻게든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만들 것이다. 


#세월호기억공간 #기억은힘이세지 #4월16일의약속 #잊지않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젠더&섹슈얼리티 자전소설집의 이야기꾼을 모집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