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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루가 Mar 31. 2016

-prologue-

파슈파티나트 화장터 아이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

-prologue- 

인도 강가(갠지스강)의 원류(源流)인 바그마티 강이 흐르는 네팔 최대의 힌두교 성지 파슈파트 나트.

살아온 배경과 카스트를 막론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같은 방식으로 화장되어 강물 위 한 줌 재로 뿌려지는 곳...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성스러운 그곳에 민들레처럼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시신의 입에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입에 물려주는 동전이나 금붙이를 주우려, 화장한 재가 흩뿌려 지기 무섭게 강물에 뛰어든다.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모은 돈은 고작 30~50루피이고 이는 한 끼 혹은 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그리고 세 명의 아이들...

그 아이들 속에 4살짜리 여동생을 돌보며 강가에서 생활하는 10살 난 소년 엘레스가 있다.

오래전 집을 나가 버린 아버지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로부터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에 던져져, 성치 않은 어미와 동생까지 돌보아야 한다.

그건 아이에게 천형처럼 무거운 짐이 되어 끊어질 듯한, 가는 발목을 잡아끈다. 

그리고 엘레스보다 한 살 많은 형 데이빗.

그 아이는 누구보다 꿈이 많은 아이였다.

동생들을 돌보며 공부도 해서 언젠가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사춘기에 들어서자  술에 취해 화장터 주변에서 구걸하는 엄마와 돌봐야 하는 동생들이 있는 강변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떠나온 곳은 화장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로변(고살라), 그곳에서 달리는 차들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구걸을 하기 시작한다.

모든 길 위의 시간이 그러하듯 아이는 고된 현실과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에 침잠해가고 배고픔을 잊으려 마시는 본드는 아이의 절망을 더욱 고착시킨다.



 

그 낯선 풍경 속을 아무것도 모르는, 그러나  깊은 눈동자 속에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한 눈빛의 막내 뿌자가 바람처럼 뛰어다니며 춤을 춘다.

아이들은 그 상황에서 몇 걸음이나 걸어 나와 있을까?

고작 열한 살이던 데이빗은 텅 빈 눈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열두 살까지만 살 거예요.... 그다음에는 죽을 거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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