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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Nov 02. 2022

노력 대신 해야 할 것은

'노력'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세팅'을 꺼내보았다.


 언제부턴가 '노력'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그 말에 배인 피, 땀, 눈물의 냄새 때문이다.


 80년대에는 인생 좌표가 뚜렷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 바람직한 결혼생활 등. 그 에 부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이라는 걸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노력과 목표 사이에 가로놓인 다리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성공은 기를 쓰고 건너기만 하면 도달하곳이 아니다. 사회 분위기나 지금 내 나이상 목표를 잡거나 노력을 하기도 뻘쭘하다.


 한 친구가 명퇴를 앞두고 있다. 명퇴하고 무얼 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대답이,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의외의 대답이었다. 평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던 친구다.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아니? 사람은 뭘 해도 하게 되어 있어."

"매일 집에서 밥을 해 먹을 건지 나가서 사 먹을 건지, 텔레비전을 볼 건지 유튜브나 영화를 볼 건지, 하루를 어떻게든 보내야 할 것 아냐?"


 명퇴 이후 살아가는 모습은 다 제 각각이다. 봉사활동을 하거나 시민활동을 하거나 맛집 순례를 하거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하거나. 다양한 시간 보내기는 다양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맛집 순례를 열심히 하다 보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려 남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수도 있다. 손님에게 접대해야 할 때 블로그를 검색해본다. 그러면 누군가 꼭 맞는 맛집을 올려놓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좋은 경험을 제공해준 게 아닌가.


 삼시세끼 밥을 해 먹는 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배달음식이나 밀 키트가 아니니 쓰레기가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에서 장을 보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가족 건강을 챙기는 건 덤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집밥 만드는 영상을 올려도 된다. 이로 인해 남에게 대리만족을 주거나 요리를 가르쳐주게 된다. 또한 절약정신을 가르쳐 재테크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여행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누구라도 뭐든 한다. 인터넷 덕분에 요즘은 자기 밥만 해서 먹고살아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단 더할게 하나 있다. 아주 약간의 '뱡향 전환'이다.


 사회학자 대니얼 챔블러스는 '평범함의 위력'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수영선수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민족학적, 정량적 분석을 했다. 그러자 최고의 성과는 우연히 알게 된 수십여 개의 작은 기술이나 활동이 합쳐져 일어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위대한 결과 뒤에 작은 '개선'들이 연이어져 있었다는 개념이다.


 성공은 평범한 꾸준함이 이루어내는 결과다. 그리고 그 여정 사이 작은 방향 전환(습관 개선 내지는 오류 수정)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눈을 뜨자마자 물 한잔 마시는 습관을 새로 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습관을 세팅해 놓으면 어떨까. 마치 무심하게 하는 양치질처럼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변비가 개선되거나 체중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체중감량에는 딜레마가 숨어 있다. 대부분 돈을 들여 건강보조 식품을 먹거나 비싼 운동을 한다. 대단한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체중을 빼는 사람은 극소수다. '세팅'이 아니라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야식을 하거나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경우, 습관을 바꾸지 않고 살을 빼려는 노력은 늘 물거품이 된다.


 부정적인 경험은 고통과 거부감을 낳는다. 즉 '살을 뺀다'하면 굶기나 힘든 운동을 떠 올리게 된다.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우리 몸에는 '관성의 법칙'이 있어 '특별관리 기간'이 종료되면 몸무게가 곧 제자리로 돌아간다. 일상의 방향키를 다른 데로 돌리면 달라진다. 무작정 '노력'이 아니라 새로운 '세팅'이 필요한 순간이다. 생활습관을 몸에 좋은 것으로 바꾸고 꾸준히 실천하기. 이보다 더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없다는 걸 최근 알게 되었다.


 2022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어떤 세팅이 잘못되어 있었는지 돌아볼 시간이다. 그리고 2023년에는 어떤 세팅을 통해 나를 바꿀까. 건강, 친구, 가족, 일, 공부, 금전 등.


 며칠 전 아침에 20분 정도 더 일찍 일어나도록 알람 설정을 해놓았다. 그 뒤로 한결 여유 있고 건강한 하루가 시작된다. 그 외에도 어떤 '세팅'을 해서 루틴을 바꿀까 고민 중이다. 아니 '고민'이라는 말에는 왠지 부정적인 향기가 난다. 그냥 '생각'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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