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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Mar 31. 2016

박물관에 있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

Museums, lots of museums in UK

BBC1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 Bargain Hunt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두 팀이 소정의 돈을 가지고 골동품을 벼룩시장 같은 곳에서 산 뒤에, 마지막에 사 온 물건들을 감정하여 예상 수익으로 승패를 가리는 그런 포맷이다. 벌써 10년 넘게 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지금 43 시즌). 실제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론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등장하는 물건들인데, 저렇게 옛날 것을 파는 사람이 있고, 아니 그것보다 아직도 가지고 있고, 그걸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사실 별의별 잡동사니가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장수하도록 보는 시청자가 있다는 것이 제일 신기하다. 우리나라였으면 진작에 개편당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진품명품은 여기에 비하면 정말 역동적이고 재미있다).




영국인들의 기록과 보존에 대한 집착은 유명하다. 그런 성향에서 저런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사소한 일에 관해서도 기록이 남아있으며, 온갖 잡동사니도 잘 버리지 않고 보존해둔다 (일면에서는 좀 피곤하다). 그래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대단한 인류의 유산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물론이고, 정말 신기한 박물관들도 많다. '박물관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식상하지만 제일 적절한 표현이다. - 이지희 작가님의 '값비싼 잡동사니는 어떻게 박물관이 됐을까?'란 책을 추천한다. 영국의 박물관에 대해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영국 박물관 (British Museum)은 영국 방문에서 꼭 들러봐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 개인적으로 브리티쉬가 왜 '대영'으로 번역되는 지도 의아하다. 무엇보다 '대영', 즉 '대(大) 영국'이란 표현이 좋은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 이미 다른 곳을 관광하고 들른 여행객은 물론이고, 박물관만 찾아온 사람도 그 크기와 내용에 다리가 아파서 금방 지치게 된다. 거기에 수많은 인파. 서둘러 유명하다는 로제타석 (Rosetta Stone) 보고 엘긴 마블 (Elgin Marble) 등등 보고, 한국관 본 뒤에 떠난다 - 별로 볼 것 없네.


British Museum의 Great Court, 말 그대로 큰 홀이지만, 이 공간 자체도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 


역사를 좋아하고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 비록 영국인들이 인류의 재산을 도난해서 모아놓은 것이지만 (자기들은 부인하지만), 사실은 그 하나하나가 대단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왜 중요한지 이유가 다 있는데 말이다. 박물관이 재미없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잘 모르는 것이 잘못인가? 전혀 아니다. 관심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다. 문제는 박물관을 꼭 들러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여행 전문가들과, 잘 모르면서 볼 것이 없다고 말하는 방문객이다. 영국 박물관에서 누구에게나 인상적일 것은, 좀 심하게 말하면 박물관 자체와 그레이트 코트 (Great Court)만이 아닐까. 그런데 이 부분에서 그레이트 코트가 언제/왜 생겼으며, 그 역사에서 보이는 영국인들의 성향을 알게 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다른 전시물도 마찬가지다. 한국관에 볼 것이 없다고 가는 사람들은 용산에 있는 국립 중앙 박물관도 안 가봤거나 비슷하게 감상하고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관에 있는 전시물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할지는 몰라도, 그 전시물들을 설명해놓은 글들을 읽어보면 영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하면 생각되는 이미지, 멋지고 큰 건물과 수려한 내부 - 영국 박물관이나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 그런 멋진 곳과는 거리가 먼 박물관이 영국에는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특수한 박물관은 정말 관심 있는 곳만 가되, 최소한의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공부를 권하는 이유는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이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헨델 하우스 (Handel house) 박물관 같은 곳은 독일인 헨델의 박물관이 왜 런던에 있는지 알고 가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박물관이 위치한 동네가 블룸즈버리 (Bloomsbury)이며, 그 유명한 블룸즈버리 그룹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고, 왜 다들 그 동네에 모여 살았는지를 알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영국 어느 도시를 가던 박물관은 다 있다. 공짜인 곳도 많다. 유료인 곳은 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일부러 찾아간 보람이 있을 정도로 보존도 잘되어 있고, 스태프들도 전문가들이다 - 친절한 설명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거대 박물관이 몰려있는 사우스 켄싱턴 (South Kensington)은 박물관의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 것이다. 자연사 박물관과 더불어 과학 (Science) 박물관은 내가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다. 대단히 인상적인 전시물은 없더라도, 산업혁명에 관해서 많은 자료와 이야기가 있으며, 4층에 있는 옛날 비행기들도 재미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Victoria and Albert) 박물관은 다양하고 수많은 전시물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로도 방문할 만한 곳이다. 테임즈 강 넘어 남쪽에 떨어져 있는, 제국 전쟁 박물관 (Imperial War Museum)은 한 때 세계의 깡패였던 영국이 어떤 전쟁을 해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니치에 있는 국립 해양 박물관 (National Maritime Museum)에는 넬슨 (Nelson) 제독의 군복도 볼 수 있다. 런던 자체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보여주는 런던 박물관 (Museum of London)도 시간을 따로 내어서 가볼 만하다. 다른 지방에 있어서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마을 전체가 빅토리아 시대 박물관인 (우리 민속촌 같은) 블리스츠 힐 빅토리안 타운 (Blist Hill victorian town), 탱크 (Tank) 박물관도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다. 박물관 소개는 끝도 없다.


V&A 박물관, 의복, 식기, 벽지등등 art & design 박물관이다
Blist Hill victorian town, 모든 마을 내의 사람들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보빙턴(Bovington)에 있는 탱크 박물관, 대부분이 아직 가동 가능하다고 한다. 다 실물 군용 차량임. 영화 Fury에 큰 협조를 했다고.


사전적으로 박물관은 연구와 교육이 목적인 건물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목적이라고 본다. 일부 학자들의 비평처럼, 박물관은 어쩌면 '무덤' 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미 그 전시물들은 그 생기를 잃었으며, 전성기는 지나가버렸다. 과거의 추억처럼. 그렇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역사와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박물관 안에서 잠자고 있는 전시물들도 마찬가지다. 그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보는 것이 박물관을 진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어디에 있는 어떤 박물관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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