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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Apr 16. 2019

성격 좋은 사람의 공통점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쩌면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

 예전에는 내가 내 기분을 잘 조절하고 내가 나를 잘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은 내 마음이나 몸의 컨디션에 내 자신이 하릴없이 휘둘리는 것 같다. 내 안에 의지라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작심삼일 조차 버겁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뭐 세상을 바꾸거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찍을 큰 결심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퇴근 후에 어지럽혀진 내 방 한 칸을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그 작은 마음도 잘 먹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 속에 풍선을 삼킨 것처럼 텅 비었지만 뭔가가 더부룩하게 걸려있어서 한동안 그 어떤 마음도 먹어지지 않았다.

 어지럽혀진 방을 오랫동안 치우지 못하는 것도 우울증의 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지금의 내 상태를 조금 인정하기로 했다. 내 마음이 지금 힘들구나. 일상의 아주 작은 조각도 맞추기 싫을 정도로 지쳤구나. 매일 회사도 잘 나가고 주말에는 종종 친구들도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남자친구랑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운 순간들이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얼룩덜룩한 내 마음이 씻은 듯이 깨끗해지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내가 내 기분을 알아채고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그동안엔 너무 추워서, 너무 미세먼지가 많아서 라며 날씨 탓으로 괜히 모든 잘못을 떠넘겨왔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10대 20대에도 분명 이런 나날들은 많았을텐데 그 땐 우울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그런 기분은 흰색병원 건물에서 환자복을 입거나 눈 밑이 퀭하고 초점없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줄 알았지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에게도 찰싹 붙을 진 몰랐다. 올해 막 서른이 되면서 이런 나를 인정하게 된 건 내가 아주 깊진 않지만 얕은 우울감에 적셔져있다고 해서 뭐 큰일이 난 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며 어쩌면 이 우울을 앞으로도 계속 자연스레 안고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얻은 스트레스가 결국 몸으로 나타났다. 자꾸 속이 더부룩하고 심지어 며칠동안은 혈뇨가 나와서 겁을 잔뜩 먹고 병원에 갔다. 라면을 먹고 바로 자도 얼굴은 부을지언정 속이 붓는 느낌은 없었는데 요즘은 건강 앞에 자만하지 말자는 엄마 잔소리같은 멘트를 세상 진지하게 곱씹고 다닌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의사선생님이 다음 소변검사까지 자제해서 먹으라는 말에 하루 세네잔 마시던 것을 단숨에 0잔으로 끊었다.이런 말을 내뱉는 내가 아직 나조차도 적응은 안되지만 나이가 들 수록 건강에 대해 간절해지고 때때로 아무렇지 않게 숨쉬고 보고 듣고 걷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감사해진다. 그건 아마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빠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 나와 내 주변사람의 건강함이 시멘트처럼 아주 단단할 것이라고 믿어 온 건 아닌데 건강은 정말 모래성 같아서 한번 무너지면 좀 처럼 이전의 형태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더 빈번하게 느끼는 것 같다. 2주간 커피 잘 끊고 삼시세끼 밥도 약도 잘 챙겨먹어서 정밀검사까지 안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몸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일의 능률이 안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경청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참 따뜻하고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그냥 성격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몸이든 마음이든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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