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는 빨리 유재석을 떠올려야 한다.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건 쉽지 않다.

 인터넷 글들을 보다가 흔하디 흔한 유재석씨의 미담 중 하나를 보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MC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해야 하면서도 후배 개그맨들이나 함께 방송을 했던 스태프의 결혼식 사회를 잊지 않고 도맡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는 사람이 많아 참석만으로도 참 벅찬 일정일텐데 사회까지 본다니, 문득 그의 삶에 나를 잠시 이입해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은 삶이다.

 본인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남에게도 최대한의 배려와 친절을 베푸는 삶을 꾸준히 유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당장 내 직장 생활에 대입해보면 답이 나온다. 어떤 날은 잘 진행되던 일들에 변수가 생겨서 중간에 급하게 업무 요청이 들어오거나 누군가가 저지른 실수의 수습 방법을 함께 고민해줘야 하기도 하고, 새로와서 아직 업무가 서툰 사람을 지도해줘야 하기도 한다. 그날 내가 컨디션이 유난히 좋거나 따라 할 일이 매우 적어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일이라면 기분좋게 가능하겠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그런 날이 쉽게 찾아오지 않는 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나날들은 항상 내가 처리 가능한 업무량보다 과한 업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갑자기 주어진 돌발업무가 내가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만무하며, 회사에서 컨디션이 좋기란 참 쉽지 않다...^^

 그럴때마다 나는 있는 힘을 짜내서 밝게 상황을 해결해보려고 한다. 내가 이번에 꼼꼼하게 실수를 수습하고 프로세스를 가이드화 해놓으면 다음번에는 실수가 줄어들겠지, 신입으로 온 분들께 자세하게 안내하면 그 분들이 더 업무에 빨리 적응해서 결국 내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 라는 기대...까지 상세하게 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조금 더 번거롭고 애쓰는 이 모든 과정들이 결국 모두에게 옳은 방향이라고 여겨왔다.

 근데 종종 힘이 빠지는 때가 찾아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업무를 세세하게 안내하고, 중복 실수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를 만들어도 본업만 집중해서 일하는 사람보다 성과 인정이 덜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묻는 것을 꼭 내게만 문의해와서 업무가 불어나는 기분도 든다. 모든 일에 일단 Yes라고 하니 잔업들도 괜히 더 나에게 주어지는가 싶기도하고, 이런 나와는 반대로 본인의 기분을 내키는 대로 업무에 표현하는 이들과 만나면 그들에게까지 배려심있게 행동하는 나의 마음이 반대로 다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빨리 유재석을 떠올려야 한다. 매번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본업을 훌륭히 해내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믿고 기분을 전환시켜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남들이 그걸 인정해줘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모두에게 좋고 결국 내가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는 옳은 방향이었기에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나가겠다고 다짐하고 빨리 이 질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흔히들 사회생활을 경쟁이라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는 사회생활을 건강하게 지속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함께 일하는 이 시간동안 적어도 모두가 인생의 한번뿐인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일을 하고 있으니 그 시간이 헛되지 않고 즐겁게 기억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람들이 유재석씨를 좋아하고 인정하는 건 그가 가진 능력도 능력이지만 인연을 맺고 함께 하는 주변 사람들이 즐겁게 임할 수 있도록 그가 치열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기운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글은 한껏 지친 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