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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Oct 03. 2016

 우리 집 작은 음악회

기획, 진행부터 마무리까지 우리가 직접 해 나간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우리 집 열린 작은 음악회


남편과 나는 보잘것없고 부족한 것이 많을지라도 직접 만들어 가는 문화(Self Entertaining Culture)에 관심이 많았다. 생활 속 작은 것들에서부터 실천을 해나가던 가운데 우리 가족은 재미있는 음악회를 열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가끔씩 기타 부르며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러면 아이들도 덩달아 자기가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 색소폰을 꺼내 왔다. 나도 첫 아이 태어난 뒤에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를 느림보 거북이처럼 연주하며 옆에서 거들었다.


 두 아이가 악기 연주를  배우기 시작하고부터 매일 30분가량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음악은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초보자들의 반복되는 어설픈 소리를 한참 동안 들어야 했고 차분하게 들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화창한 여름날 일요일 오후였다. 우리는 로키산맥 자락의 집에서 작은 숲 속 음악회를 열었다. 

그 후에도 여러 해 동안 여름과 겨울마다 한차례씩 열었다. 음악회는 남편이 예쁜 초대장을 만들어 이웃들을 초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미리 나눠준 숙제를 준비해 와야 했다. 함께 나눌 음식 한 가지씩 정성껏 준비해 오기, 그리고 나누고 싶은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이야기, 시 낭송 아니면 뭐든지 한 가지는 준비해와 함께 나누기였다.

 

그 날 나는 라이어로 아리랑과 동요를 연주했고, 한 선생님은 미국 노래를 기타로 연주했다. 한 엄마는 바흐의 피아노 한 곡을 연주했고, 한 아빠는 시를 낭송해 주었다. 솔이 친구 엄마는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솔이의 친구들은 듀엣과 트리오를 오가며 헨델의 음악과 바흐의 미뉴에트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아빠들이 각자 준비해 온 기타 독주를 선보이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였다.


“우리 다 같이 노래를 부르자!”

 한 엄마가 갑자기 제안해 미리 준비되지 않았던 아빠들의 즉흥 기타 합주가 이어지고 우리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독주를 했던 아이들도 갑자기 “우리도 다 같이 해 보자!” 하더니 즉석에서 노래를 찾아 함께 연주했다. 모두가 주최 측이자 관객이어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즉흥연주도 진행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카렌 부부 때문에 음악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웃었다. 

서양화가인 카렌은 작품 전시회 경험은 많지만 악기 연주나 노래를 남 앞에서 해본 적은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이심전심으로 남편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로 작정했다. 우리 가족 음악회 때문에 결혼한 지 20년 만에 부부가 처음으로 몇 날 며칠에 걸쳐 함께 노래를 불러본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연습을 하면서 서로 음정과 박자가 틀렸다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고 오히려 자기들에게 기회를 준 것에 고맙다고 했다. 노래는 아주 아름다웠다. 무척 떨렸다고 했는데 20년 결혼생활의 내공이 묻어나서 그런지 어느 전문가 못지않았다.


한 번은 온 가족이 탬버린,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아주 단순한 악기를 골고루 들고 와  제법 그럴싸하게 화음을 넣으며 연주하였다.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가슴을 훈훈하게 해 준다. 

음악회의 마무리는 항상 집집마다 정성껏 넉넉히 준비해온 음식들을  함께 나누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여러 집밥들은 또 하나의 멋진 화음이었다. 모두 식탁 주위로 모여 서로 손을 잡고 촛불을 켜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즐거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어른들은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도 옆에서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까르륵까르륵 웃으며 즐거워하였다. 우리가 기획하고 함께 나눈 소박한 음악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며 자란다. 부모 자신은 악기 연주를 안 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연주를 강요하지 말고 이런 자리를 꾸며보면 재미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음악회를 꾸려 나가면서 아직 악기를 배우지 않은 어린아이들도 서로 언니, 오빠가 하는 악기에 관심을 보이고 연주를 해 보겠다고 하는 모습을 쉽게 보았다. 


우리 부모세대는 지금처럼 악기 연주가 일상화되지 않았을 때 자라났기 때문에 악기를 다루는 것이 없을 수 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악기 배우기를 시작할 때 같이 간단한 하모니카나 리코더 배우기를 취미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너무 아름다워 감동하고 때로는 슬퍼 눈물 흘린 적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음악은 감정을 발달시키고, 음악을 들으면서 생긴 감정은 우리의 호흡 체계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호흡 체계의 진동은 척추 안에 있는 뇌 척수액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사람이 두뇌에는 특정한 주파수의 진동이 있을 때만 자극되는 영역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깊은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한다. 우리 두뇌의 시냅스는 움직임을 통해 발달되기 때문에 음악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감정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우리 가족은 남편이 학생 신분일 때 가족 회원권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콜로라도 대학에서 하는 예술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예술가들의 전문 공연을 보며 영감을 얻고 감동했다. 그런데 우리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기획하고 이웃들과 함께 나눈 가족 음악회는 그때에 관객으로서 느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모든 아이와 어른이 대중매체의 획일화된 문화가 아닌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엉성하면 엉성한 대로, 즐겁고 신나게 만들어 가면 된다. 

가족과, 또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삶을 나누다 보면 함께 사는 세상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다. 

당위나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의 연장으로 가볍게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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