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키나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유청 Oct 27. 2021

오키나와 백수7

아무 생각없이 떠난 첫 번째 여행

오늘도 역시나 변함없는 루틴으로 비슷하게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역시 빼놓지 않고 먹는 돈지루. 아무리 생각해도 맛있단 말이지. 그리고 낫토를 먹어봤는데 이게 은근 별미라 종종 접시에 올릴 것 같다. 든든하게 먹은 후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한 잠자려다가 가이드가 이야기했던 츄라우미 수족관이 생각나서 지도를 펴고 경로와 버스 노선을 찾아봤다. 거리도 거리지만 너무 복잡해서 당일치기로는 불가능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그러던 와중에 지도에 끼어있던 단따이강꼬(하루짜리 단체 관광차) 안내 책자가 보였고, 이거다 싶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버스를 타고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북부와 남부투어 코스를 하루씩 이틀 가는 걸로 결정하고 예약을 할 수 있는 여행사의 위치를 찾아봤다. 나하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곳으로. 나하 터미널은 한번 가봤으니 그 근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다 싶어서. 샤워하고 호텔방을 나서는데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룸메이드가 좀 놀라는 눈치였지만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하고 호텔을 나섰다. 나하 버스터미널까지는 어렵지 않게 찾아갔는데, 거기서 여행사를 찾기가 어려웠다. 폰으로 구글어스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지도에 표시해둔 여행사 위치를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길을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길거리의 사람을 살폈는데 도통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필로티 구조로 된 빌라 주차장에서 좌판을 깔고 무언가를 팔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되도않는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아노! 스미마셍”

“도시타노?”

“간꼬구진 강꼬갸끄... 니혼고 하나세마센”

“아! 간꼬구진 강꼬, 인 잉구리시?”

“땡큐. 디스 트래블 오피스 로케이션...”

“오케이, 팔로우미!

“땡... 아리가또”

“유 오키나와 비지토 파스트 타임, 안드 세컨드 타임”

“퍼스트 타임! 뷰티플 아일랜드”


단체관광 예약을 위해 여행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오키나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즐거운 경험이 됐다.  


되도않는 일본어와 징글리시, 콩글리시를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고, 여행사 앞에서 할아버지는 건물을 가리키며 “디스! 트라블 오피스”라고 한 뒤 감사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총총 사라졌다. 여행사에는 다행히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츄라우미 수족관 관람을 포함한 북부투어와 오키나와 월드를 포함한 남부투어를 각각 하루씩 예약했다. 여행사를 나오면서 아주 고마운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 우롱차를 한병 사서 할아버지가 계신 좌판으로 갔다. 나를 대번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고, 우롱차를 건네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날씨부터 경험까지 오키나와를 지독하게 편애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일만 계속된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찾은 나미노우에 해변. 역시나 한가하고 기분좋은 장소, 


여행사를 나와서 어디를 구경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점심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도시락을 하나 사서 나미노우에 해변으로 향했다. 둘째 날 기분 좋게 점심을 먹었던 그곳으로. 역시 도시락을 먹으며 멍때리기 좋은 곳이었다. 이날은 사람이 좀 더 많았지만. 도시락을 다 먹고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남쪽으로 튀어 2편. 오키나와에서 읽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왠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소설의 배경은 나하시에서 한참 떨어진 섬 이리오모테지만.


오늘도 이어진 골목구경. 여러 가게와 부부세공원에서 게이트볼을 치는 할머니. 


책을 한참 읽다가 골목을 좀 더 구경해야 겠다 싶어서 일어났다. 나미노우에 해변에서 호텔 쪽으로 큰 도로를 타고 오다가 서너 블록을 지나서 골목으로 방향을 꺾었다. 편의점, 채소가게, 서핑숍, 카페 등등 여러 가게와 간판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하천이 하나 나왔고 다리를 건너 암초 같은 바위가 있는 공원이 신기해서 잠시 들어가 보았다. 나중에 구글어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이름은 부부세공원. 영어로도 커플스 파크여서 내가 생각한 부부가 맞구나 싶었다. 게이트볼을 치는 몇몇 노부부가 보였는데, 그래서 이름이 그런가 하는 짐작만 했지만. 바다에서 이어지는 운하처럼 생긴 하천이라 배가 종종 지나다녔다. 바닷가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풍경 자체가 꽤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골목구경. 마치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경차가 주차되어 있는 빌라. “예쁜데 한국에 절대 수입 안 되겠지?”라는 혼잣말을 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당연히 맥주와 안주도 사 들고.

매거진의 이전글 오키나와 백수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