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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청 Nov 18. 2021

오키나와 백수10

아무 생각없이 떠난 첫 여행

오늘은 북부 코스를 도는 단체 관광차를 타는 날. 호텔 앞에서 여행사로 가는 셔틀버스가 있다는 걸 알아냈지만 시간이 오전 8시 20분 출발이라, 아침부터 꽤 분주했다. 아마도 14일 동안 조식을 제일 일찍 먹은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제 오키나와 월드에서 눈여겨본 스타후르츠가 후식 메뉴로 있길래 먹어 봤는데, 음... 뭐랄까 당도가 심히 떨어지는 사과 같은 느낌. 오이 혹은 참외와 사과를 믹스해서 당도를 낮추면 이런 맛일까 싶을 정도로. 혹시 내가 맛이 아직 덜 들은 스타후르츠를 먹은걸 수도 있으니까... 


호텔 앞에서 셔틀을 타고 여행사에 도착했고, 역시 어김없이 9시에 출발했다. 오늘은 한국인이 나를 제외하고 3명 더 있었다. 역시 추라우미 수족관을 끼고 있는 북부 코스가 남부보다 인기가 좋은 걸로... 한국어가 귀에 들리는 것이 일단 반가웠지만, 약간의 불안함도 있었다. 외국에서 특히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건 양날의 검과 같은 일이라서. 취향이 잘 맞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곤란할 일이 꽤 생기기 때문이다. 여행사를 출발한 버스가 30여분 달렸을 때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오지랖이 넓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아저씨. 나쁜 분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어폰을 개발한 사람에게 내적 박수를 보내며 열심히 음악을 듣는 사이 만좌모에 도착. 


만좌모는 추라우미 수족관과 더불어 오키나와에 오면 필수로 들러야 할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여행을 오면 누구든 한 번쯤 사진을 찍는 포토스폿


만좌모는 추라우미 수족관과 더불어 오키나와에 오면 필수로 들러야 할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여행을 오면 누구든 한 번쯤 사진을 찍는 포토스폿. 마치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서있는 것 같은 형상의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안 찍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오키나와 여행에서도 만좌모는 몇 번 더 들렀고, 똑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었으니. 이 정도면 사실상 오키나와 여행을 인증하는 넘버원 포토스폿은 만좌모가 아닐까 싶다. 이날도 역시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단체 관광차가 몇 대 동시에 들어와서 마치 핫플레이스 포토존에서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4명의 한국인은 뭉쳐서 서로서로를 찍어 줬다. 이럴 땐 또 국적이 같다는 이유 하나가 제법 든든한 힘이 된다. 물론 버스로 돌아와 다시 수다가 시작됐을 때는 또 아차 싶었지만.


티켓팅을 하고 수족관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계단이 있는데,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시원시원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북부 투어의 백미 추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패키지에 포함된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마도 오키나와에서 제일 호사를 누린 식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ㅎㅎㅎㅎ. 그리고 시작된 추라우미 수족관 구경. 티켓팅을 하고 수족관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시원시원했다. 손을 넣어 불가사리 등 해양 생물을 만져 볼 수 있는 터치풀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수족관을 둘러보고 이곳의 백미인 흑조의바다를 대면했다. 감동을 넘어서 비주얼 쇼크라고 표현해야 적절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아마도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흑조의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감정은 상당수가 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왜 가이드가 추라우미 수족관은 꼭 가보라고 했는지 흑조의바다를 보고 깨달았다. 


터치풀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수족관을 둘러보고 이곳의 백미인 흑조의바다를 대면했다. 감동을 넘어서 비주얼 쇼크라고 표현해야 적절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추라우미 수족관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나키진 성터였다. 나키진 성터는 류큐왕국의 북부를 견고하게 막았던 곳으로 오키나와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곳이다. 물론 규모는 좀 다르지만. 이날은 보수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라 일부만 구경할 수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후에 찾아간 오키나와 여행에서 북부만 이틀간 집중해서 둘러보기도 했다. 역시 아쉬움은 다시 여행을 올 동력이 되는 법이니까. 그래서 때로는 일부러 남겨두고 가기도 한다. 다시 오고 싶어서. 이날 추라우미 수족관과 나키진 성터 등 오키나와 북부가 나에겐 그런 곳이었다. 나키진 성터를 떠난 버스는 나고 파인애플 파크에 도착했는데, 이는 사실상 쇼핑을 위한 곳이었다. 패키지여행이 으레 그렇듯. 들르는 곳. 그래도 시식을 하는 곳이 많아서 나름 재밌었다. 물론 구매는 안 했지만... 


나키진 성터는 류큐왕국의 북부를 견고하게 막았던 곳으로 오키나와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곳이다.


나고 파인애플 파크까지 둘러보고 출발한 버스가 나하 시내에 진입하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여행사에 도착해 내린 후 수다쟁이 아저씨가 한국인끼리 술 한잔을 제안했지만 다들 시큰둥한 분위기라 자연스레 헤어질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꽤 곤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호텔 근처 오키나와 소바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하루 종일 빠듯한 일정이었으니 라후테 한 조각을 토핑으로 올려서. 그리고 당연히 맥주를 사서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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