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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청 Jul 12. 2024

오키나와 백수11

아메리칸 빌리지

이틀간 단체 관광차 일정을 마치 다시 자유 여행으로 돌아왔다. 다시 원래 루틴대로 돌아가볼까 했지만 오늘은 아메리칸 빌리지를 버스로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조식을 먹고 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물론 어제처럼 오전 8시에 빠르게 나선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식을 먹고 다시 쪽잠을 자는 호사는 포기. ㅎㅎㅎㅎ. 대중교통을 타야 하고 꽤 많이 걷는 일정이어서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호텔을 나섰다.   

    

나하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아메리칸 빌리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거치는 서너 대의 버스가 있었고 제일 먼저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내려야 할 정류장은 군인병원정류장(군뵤인마에)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버스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어젯밤 여행 일본어에서 조합한 되지도 않는 문장을 읊었다. “스미마셍! 간꼬꾸진 강꼬데. 균뵤인마에 츠이따라 오시에떼 구다사이(실례합니다!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군인병원 정류장에 도착하면 알려주세요)”라는 되지도 않는 문장. 다행히 버스기사님은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 요금은 좀 특이한 시스템이었다. 탑승할 때 정리권을 뽑고 내리면서 요금을 내는 방식. 기본요금이 220엔에 거리비례로 추가요금을 매기는 방식. 균뵤인마에까지는 710엔었다. 버스 상단에 번호와 요금이 표시되는 데 정리권에 적힌 번호에 맞춰 요금을 내면 되는 방식이었다. 동전으로 버스요금을 내본 것이 꽤 오래전 일이라 나름 여행의 재미 같아서 좋았다. 한국에선 버스카드만 쓰게 되니까. 나하 버스터미널을 떠난 버스가 40분 정도 달렸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난 거 아닌가? 기사님이 내 말을 못 알아 들었나?”등등 갖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온 안내방송이 정말 한국어처럼 명확하게 들렸다. “마모나끄 군뵤인마에...”라고. 서울지하철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무수한 “마모나끄!” 그 멘트가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아무튼 내릴 채비를 하자 기사님이 룸미러로 한번 쓱 쳐다보시고 됐다 싶었는지 다시 운전에 집중.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조금 걸으니 누가 봐도 여긴 아메리칸 빌리지라고 말하는 풍경이 눈앞에 쫘악 펼쳐졌다. 초입에 세워진 아메리칸 빌리지를 알리는 대형 지주사인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 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붉은색 대관람차와 중앙에 선명하게 새겨진 코카콜라 로고. 그걸 보고는 여긴 아메리칸빌리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해 버렸다. 그리고 지주사인 하단에 영어, 중국어, 한글, 일본어로 인사말이 쓰여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어설프지만 한글로 “어서 오세요”라고 쓰인 걸 보고 꽤 반가웠고.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조금 걸으니 누가 봐도 여긴 아메리칸 빌리지라고 말하는 풍경이 눈앞에 쫘악 펼쳐졌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왜 오키나와가 멜팅팟인지 알려주는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이면엔 슬픈 역사가 존재하지만. 미국적인 요소와 일본의 문화가 묘하게 섞여있었다.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대관람차와 토니로마스를 표시한 네온사인을 보면 미국인가 싶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일본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한국 배우의 얼굴. 이 시기가 딱 드라마 ‘여인의 향기’로 오키나와가 한국에서 확 뜬 시점이라 김선아, 이동욱 배우의 얼굴을 담은 배너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역시 국뽕은 못 참기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배너를 카메라로 찍었다.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대관람차와 토니로마스를 표시한 네온사인을 보면 미국인가 싶다가도 고개를 돌리면 일본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한국 배우의 얼굴. 드라마 ‘여인의 향기’로 오키나와가 한국에서 확 뜬 시점이라 김선아, 이동욱 배우의 얼굴을 담은 배너가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칸 빌리지 안쪽에 있던 선셋비치. 나미노우에 보다 좀 넓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해변이었다. 등 뒤로 대관람차가 보이는 모래에 앉아 바다를 보면 광활함보다 왠지 모를 아늑함이 느껴지는 해변. 그래서 해변 벤치에 앉아 콜라를 마시며 책을 좀 읽었다.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오쿠다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 정말 시간만 많으면 안도 끝도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고,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여행자가 아니라 오키나와 사람이 잠시 해변에 나와서 여유를 즐기는 느낌. 


아메리칸 빌리지 안쪽에 있던 선셋비치. 등 뒤로 대관람차가 보이는 모래에 앉아 바다를 보면 광활함보다 왠지 모를 아늑함이 느껴지는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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