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 핵심 메시지를 알릴까?
작년 10월 유아인을 모델로 강남 버스 쉘터를 점령한 '다무신사랑해' 메시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처음 그 광고를 버스 정류장에서 보았을 때 '다무신사랑해=옷 살 때 다 무신사에서 옷 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어느 날 출근길 생각 없이 메시지를 다시 보는데 그 순간 '사랑해'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다무신+사랑해'의 이중의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혼자 속으로 감탄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하나의 광고에 브랜드 네임과 메시지를 담은 중의적인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인지시킨 것이다.
무신사는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하고 명품과 골프 패션 품목을 강화하는 패션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 또 다른 메시지로 무신사만의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무신사의 이번 광고는 지난해 겨울부터 선보인 ‘다 무신사랑 해’ 광고 캠페인의 세 번째 시리즈다. 이번 메시지는 나만의 스타일과 나만의 취향을 사랑하는 법, #셀프러브(SELF_LOVE)를 담고 있다.
성공하는 브랜드 캠페인이란 무엇일까? 지금도 수많은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방점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 또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해본 경험을 토대로 이번 무신사의 #셀프러브(SELF_LOVE) 캠페인의 방식과 무신사가 사람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캠페인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크게 5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브랜드는 인지도 향상, 회원가입, 구매 전환, 경쟁사를 위한 광고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캠페인을 진행한다. 목적이 무엇이든 모든 것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본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우리가 가장 저렴하고, 힙하고, 회원수도 많고, 앱 다운 1위고... 근데 사실 이런 말보다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캠페인에 일관되게 적용한 사례는 흔치 않다. 브랜드만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담은 사례가 대부분이며 비슷한 메시지는 사람들이 반짝 기억하고 그 후 메시지는 영영 잊혀진다.
무신사는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을 사랑하고 존중하자는 #셀프러브(SELF_LOVE)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론칭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셀프 러브와 유명인을 지칭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를 이중적으로 활용했다. 스스로 만든 스타일과 취향을 사랑하는 사람이 곧 셀럽이라는 의미다.
나만의 스타일과 취향을 사랑하는 법 = 셀프 러브이고 셀프 러브를 실천하는 사람이 셀럽이라는 공식으로 모든 캠페인의 맥락을 연결 지었다. SNS를 통해 메인 브랜드 광고 영역에 셀프러브 키워드를 노출하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실제 셀럽들이 생각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SELF_LOVE 템, 셀럽이 말하는 무신사를 영상 콘텐츠로 구성했다.
메시지가 간결하고 채널과 채널 간으로 연결되니 무신사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무신사가 어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싶은지 그들의 목소리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 캠페인은 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메시지는 더욱 단순하고 심플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할까?
그게 패션이랑 무슨 연관이 있어?
무신사의 캠페인을 보고 나서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다.
최근 읽었던 송길영 박사님의 <그냥 하지 말라>에는 '자기표현주의(self expressionism)'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자기표현주의는 내 삶을 어떻게 표출해서 나를 증거 할지 결정하는 것이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소비를 했지만 현재는 필요를 넘어 감성이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의미 소비를 한다. 삶이 이전보다 풍요로워졌기 때문에 물질은 넘쳐 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서 사람들은 비전과 이상을 메시지로 담은 브랜드를 소비하며 내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브랜드로 소비한다. 즉 메시지가 내 소비를 대변하는 셈이다.
요즘은 옷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패션 플랫폼부터 배송으로 경쟁하는 업체, 명품 브랜드 플랫폼까지 선택지는 더욱 많아졌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내가 구매하는 곳이 바로 나를 표현하는 방식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물건만 파는 브랜드는 의미를 담을 수 없고 점차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무신사는 브랜드에 '셀프러브'를 담았다. 무신사에서 산 옷을 입으면 나는 취향을 표현하고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표현주의를 위해 수많은 선택지 중 같은 브랜드라도 무신사에서 옷을 구매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무신사 메시지를 말해주는 셀럽들처럼 힙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셀럽도 선택했다는 동질감과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보통 캠페인을 진행할 때 예산을 어느 정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일 경우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여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브랜드의 인지를 심어줄 때 인격체가 설명해주는 것과 메시지만 던지는 것은 임팩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격체에는 음성과 이미지 그리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인플루언서와 연결하여 상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브랜드의 동일한 메시지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브랜드에 갖는 감정이 매우 달라진다.
무신사는 인플루언서와 캠페인을 전개했다. 셀럽 선정의 기준마저도 무신사다웠다. 무신사는 셀럽러브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신사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셀럽을 선정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은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무신사 브랜드 뮤즈인 유아인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배우 정호연, 배구선수 김희진, D.P로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보여준 배우 구교환, 스우파의 노제까지 매주 새로운 셀럽이 등장한다.
장항준 감독, 이은지, 조세호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는데 단순히 유명해서 무신사가 셀럽으로 선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 정호연은 본래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다양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점이 무신사가 패션 콘텐츠를 발굴하고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성장하는 브랜드 지향점과 잘 맞아떨어진다. 영화감독 장항준으로 프로페셔널함과 김은희 남편으로 솔직하고 자신의 부캐를 잘 다져가는 모습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업에 열정을 가진 셀럽들이 무신사의 메시지에 힘을 싣고 있는 중이다.
무신사는 이번 캠페인에서 바이럴 선순환 루프를 잘 그려내고 있다. 각 셀럽을 사랑하는 팬들이 인터뷰 영상과 SNS 콘텐츠에 응원의 댓글을 남기고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셀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오가닉한 바이럴을 유도하고 있다. 각 셀럽이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다 다르다. 같은 메시지라도 셀럽에 따라 답변이 다르듯이 개인이 생각하는 셀프러브를 스스로 정의하고 실천해나가는, 브랜드 메시지를 이해하고 소비하는 팬층을 만들어 간다.
사람들이 마케팅 캠페인을 인지하고 머리에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요소 중 frequency(빈도)가 있다. 수천만명의 사람에게 광고를 한 번씩 노출하는 것보다 수백만 명 사람에게 N번 이상 광고를 여러 채널로 교차해서 노출시킬 때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아진다는 전략이다. (이는 브랜드 캠페인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와 CRM 마케팅에서도 중요한 포인트다. 한 명에게 여러 소재/채널로 노출시키고 브랜드를 다 각도로 인지 시키는 것이다)
무신사는 온라인 콘텐츠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캠페인을 홍보하며 고객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부산, 대구 등 전국 5개 지역 350개 버스 장류장에 옥외광고물이 부착되었고 성수역 3번 출구와 서울숲 카페거리에서는 12월까지 외벽 그래피티가 부착된다.
그래피티를 통해 무신사와 셀럽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케팅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외벽을 활용해 그래피티로 표현한 방식이 자유로움과 패션을 상징하는 무신사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한 오프라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마케팅일지라도, 사실상 많은 브랜드가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오프라인은 정확한 고객의 유입을 측정할 수 없고 유동인구도 제각각이며 계절성에 따라서 오프라인이 효과적일 때도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계절성과 유동인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오프라인 사례를 생각해보면 택시 내부에 영상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버스의 창문 안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경우도 참고해볼 수 있다)
무신사는 이점을 기본적인 버스 쉘터 집행 구좌를 과감하게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전략과 동시에 완벽히 정확할 수는 없지만 버스 쉘터에 고객의 액션을 유도하기 위한 요소를 더해 고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버스쉘터의 QR 코드를 통해 최대 80% 랜덤 쿠폰을 찾을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더해 내가 찍는 QR코드의 쿠폰 금액이 얼마일지 궁금해하고 확인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한다. '이걸 찍는 모두가 셀럽'이라는 메시지로 한번 더 셀프러브 캠페인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만약 다른 버스쉘터에서 무신사 광고를 보더라도 다른 혜택의 랜덤 쿠폰을 기대하며 QR을 통해 확인하는 유저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QR로 웹/앱에 랜딩하는 순간 무신사는 어떤 정류장에서 몇시에 몇 명의 사람들이 QR을 인증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여 또 다른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인사이트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브랜드 캠페인은 광고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광고를 보고 나서 유저가 웹/앱에 진입한 이후 우리가 원하는 캠페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flow를 잘 기획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무신사는 우선 캠페인 시기를 굉장히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커머스에서 커다란 매출을 증진시키는 블랙프라이데이 시기와 맞물려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했다.
무신사 웹페이지 구성을 살펴보면 #SELF_LOVE 캠페인을 메인 배너를 두고 페이지 내에 블랙프라이데이, 신규회원가입, 친구초대이벤트 등을 함께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무신사는 고객들에게 이 브랜드는 혜택이 정말 많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지 시킬 수 있다.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7일간 총 906만 명 이상이 무신사를 방문했고 분당 최대 동시 접속 회원 수가 7만 9천 명 정도였으며 트래픽은 전주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트래픽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이벤트는 래플(raffle)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래플 이벤트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아이템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할인하여 응모자 중 추첨을 진행하여 구매할 수 있다. 49만 원 상당의 버버리 야구 모자, 96만 원짜리 덩크 로우, 294만 원의 메종 마르지엘라 백까지 1,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는 총 35회나 진행했으며 436만 명 이상이 응모했다고 한다.
이 이벤트가 굉장히 후킹됐던 지점은 2가지라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아닌 35번이나 진행했다는 건 내가 35번이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이벤트라고 사람들이 인지한다는 것이다. 처음 응모한 상품에서 당첨되지 않더라도 34번이나 남아 있으니 계속 무신사에 방문하게 되고 이벤트를 응모하고 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메인 영역의 패션 아이템을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응모를 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로그인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기 위한 여러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래플 이벤트와 35번의 아이템 비용 만으로 적어도 몇 백만 명의 신규 회원을 가입시켰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무신사의 #셀프러브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의 광고와 마케팅 수단, 프로모션&이벤트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모두 살펴보았다. 브랜드 캠페인은 그 범위만으로도 접점 영역과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브랜드가 정말로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 명확하게 정의된다면 캠페인을 통해 우리의 명확한 메시지가 Top of mind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글은 무신사에서 원고료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