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서 Jan 12. 2022

일의 방향성을 잡아준 한 문장과 동료의 솔직한 피드백

Learn it all은 Know it all을 이긴다

2021년 2월 사내 구성원 분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한 개발자 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인사이트를 전해주셨다.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 경청하던 도중 평소에 참고하시는 앱이나 서비스가 있는지 질문을 드렸다.

저는 평소에도
마이리얼트립을 제일 많이 봅니다.


대답은 무척이나 간결했고 이 답변이 지난 1년간 내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 다른 곳을 벤치마킹하고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마케팅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고객이 되어 끊임없이 바라보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했다.


어디에 집중할지 정해지고 난 후에는 내가 못 하는 것, 안 하던 것을 해봐야 한다고 말씀 주셨다. 연차가 쌓이고 더 높은 일을 하려면 내 영역을 계속 넘고 자신도 높은 수준으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보통은 안 해본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나도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업무를 고도화하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는 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못하는 것을 계속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동안 이뤄낸 결과물들을 돌이켜 보면 해보지 않은 일에 기쁜 마음으로 나를 던지는 일이었다.




Learn it all은 Know it all을 이긴다


인터뷰 이후로 내가 집중하고 리소스를 투여하고 집중하는 방향성이 완전히 정해졌다. 이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네트워크 모임에도 집중했다면 올해는 거의 90% 일에만 몰두했다. (물론 이런 것들도 내가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1년 동안 두 가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배운 점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1. 최고 수준의 동료와 함께 협업하는 스킬

2. 해보지 않은 것을 해나가는 공동 목표에 대한 헌신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이미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를 진심으로 경험한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은 동료가 되는 건 둘째치고 좋은 사람, 즉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빠른 속도로 집약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건 자주 경험하기 힘들다.


・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것보다 모두에게 널리 공유하는 자세

・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료 입장이 되어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 사소한 부분은 쉬운 용어로, 내용이 많으면 회고 문서로 요약해서 공유하는 적극적인 자세


처음엔 3가지 모두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는 걸 공유하면 괜히 아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 내가 하는 업무를 상대방이 어느 수준까지 이해하도록 해야 하나 등 수만 가지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능숙하게 하지는 못했다. 핵심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동료 입장이 되는 경우를 자주 상상해보는 거다. 상대가 생각하는 관점도 이해하게 되면 더욱 폭넓은 시야에서 업무를 바라볼 수 있고 또 이런 상황이 왔을때 미리 업무의 scope을 그릴 수 있고 상황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신수정 작가님의 <일의 격>에서 나온 내용이다. 한 컨설턴트가 아래와 같이 일을 4가지로 분류했다.


1. 다들 할 수 있는데 나도 잘하는 일

2. 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일

3. 다들 할 수 있는데 나는 못하는 일

4. 나만 할 수 있는데 내가 못하는 일 


이 상황에서 최상의 전략은 2번과 4번에 초점을 맞추고 4번에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1번과 3번에 집중하는데 남들이 다 잘하는 일을 쫓아가면 내 역량이 탁월해지기 어렵다고 한다. 마이리얼트립의 1년을 돌이켜보면 2번과 4번의 업무를 각각 하나씩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본 업무인 CRM 마케팅에서는 대규모 캠페인을 위해 전반적인 CRM 미디어믹스, 채널 설계부터 타겟 설정에 메시지 테스트까지 핸들링했다. 개발자분들과 함께 실시간 접속량을 모니터링하며 발송에 지속적으로 대응한 경험은 지금껏 쌓아온 모든 역량을 쏟아 내는 시간들이었다. 하루 동안 눈앞이 흐릿하게 보일만큼 집중했던 경험은 CRM에 더욱 애정 할 수 있는, 2번(나만 할 수 있고 내가 잘하는 일) 일에 깊이를 더한 시간이었다.


4번(나만 할 수 있는데 내가 못하는 일)도 도전했다. CRM과 별개로 브랜드 인지를 위한 광고 영상 캠페인을 제작했다. 이 업무는 내가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고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몰두했다. 팀장님과 사례 청취를 위해 10곳 이상의 스타트업에 자문을 구하러 다녔고 종대사를 포함한 프로덕션도 15군데 이상 컨택하고 미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배움이 있었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 광고 영상 제작부터 프로모션 페이지 런칭, 내부 프로덕트 개선 등 브랜드 캠페인의 flow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역할을 리딩해 볼 수 있었다.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Vbxa55I_3cg


운동으로 비유를 하자면 2번은 평소에 달리던 러닝머신을 2배속으로 뛰는 경험이었고, 4번은 올라가 보지도 않은 안개가 가득한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하는 느낌이었다. 어찌 됐든 끝은 있고 일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던지 과정 속에서 배운 경험은 내가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 줬다.





그럼에도 아쉬움

Everything is a priority


팀에서 똑똑하고 멋진 동료 덕분에 팀 내에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법을 배우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나와 가장 어울리는 핵심 가치와 이를 1. 상황 이해 2. 행동 혹은 제안 3. 영향 파악 단계로 작성하여 나의 강점과 앞으로 나에게 보고 싶은 모습을 전달 받았다.


어쩌면 리더 보다도 나와 협업하는 팀원들이 내 성향과 개선할 점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느꼈다. 잘하는 부분 보다도 나에게 보고 싶은 모습에 대해서는 더욱 반복해서 읽었다. 크게는 2가지였는데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데이터에 관한 부분이었다.


데이터에 관한 부분은 스킬셋 역량뿐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뒷받침할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지 연결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다른 팀원들에게 공유할 때 문장 형식으로 정량적인 부분에 더 치중해서 전달하는 습관이 있었다. 조금 더 큰 그림에서 전체 데이터를 함께 살펴보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상대방도 쉽고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데이터로 전달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올해는 조금 더 데이터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 역량을 쌓을 예정이다. (이미 진행 중!)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건 사실 우선순위를 얼마나 잘 설정했는지에 대한 뜻과도 같다. 아마 내가 잔뜩 쌓인 일 때문에 허덕이는 모습을 많이 비추어서.. 이런 피드백이 있던 것 같다. 답은 너무 간단하다. 모든 일은 우선순위와 방향성의 문제라고 리더분께서도 늘 강조하는 포인트다.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해결해야 될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위임할 수 있는 업무를 혼자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인가?


이 말에 100%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을지 모르겠다. 해보지 않은 업무를 진행하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실수에 맞닥뜨리고 실패를 경험하면 누구나 위축되고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이리얼트립은 분기마다 내부의 5가지 핵심가치를 지킨 동료에게 Peer Feedback을 선물해주는 문화가 있다. 벌써 3번째로 받는 카드인데 받을 때마다 지금껏 긴장하며 수축된 심정으로 일했던 내 마음도 조금씩 풀리며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팀원 분들께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전달해주셨다.












2022년은 어떤 배움과

방향성으로 일할 것인가?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개발자분의 이야기로 글을 끝내고 싶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엄청 많아요. 근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을 몇 년 동안 쌓아 올리면, 이게 안 쌓이는 것 같은데 쌓여요. 쌓고 나면 시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게 되죠.
잘하는 걸 더 잘하려면 알고 있는 수준에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 말은 즉슨 안 해본 거 해야 해요.
그 마인드가 모든 업무에서 필요해요."


올해의 나는 단순한 Worker로 일하지 않고 주도권을 가진 Player로 일하고 싶다. <일의 격>에서 정의하는 Player는 독립심, 유연성, 호기심이 강하다고 한다. Work 하기보다 게임하듯 Player로 활약하는 동시에 경기에서 다치고 지고 실패하는 경험도 쌓이겠지만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게임을 하는 것이다.


2022년에도 쌓아갈 역량이 무수히 많다. 이미 결제한 5개의 온라인 강의가 내 의지를 증명해주고 있다.. 올해는 내가 일에서 쌓은 인사이트를 타인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도 함께 고민하며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동료들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성장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