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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월 Apr 08. 2023

갑자기 커피나무를 샀는데

우리 아파트는

앞동뷰인데

그나마 운이 좋게도

꼭대기층이라

앞동에 모악산 모자를 씌워둔 것 처럼

아주 조금 산을 볼 수 있어.


매일 아침

모악산 꼬다리를 보는데

그 이유는

그게 내 미세먼지 측정이기 때문이고

모악산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분리되어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오늘 미세먼지

아주좋음이네.


든든히 아침 챙겨먹고

갑자기

커피나무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나갔어

커피나무랑

알마 뭐시기를 샀는데

커피나무 그늘이 너무 좋지않나.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

의자가 세개야.

커피나무 아래 고양이가 누워있고

나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책을 보았어.


오랜만에 쉬는 것 처럼 쉬었지 뭐야.


언젠가 에콰도르 커피농장의 친구네집에

놀면서 풀을 베어주던 때가 생각났다.

커피나무는 꽤나 풀냄새가 나네.

뛰쳐 나가고싶었는데

오늘은 그럴 때가 아니지.

집에서 꼭 붙어

남미하늘의 향수를

어찌저찌 잘 견뎠어.


문득,

그 때 거기서 오지 말걸

하는 생각이

아주 문득,

들 때 마다.


고양이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내가 너를 만나려고

그 별 일을 다 겪어가며

다시 이 아파트에 돌아왔구나

싶어서

안도하게 돼.


다 괜찮아져.

너를 만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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