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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신 Aug 12. 2024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는 '넥스트 차이나' 인도

India, the next China.


최근 인도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인도의 대표 지수인 니프티 50(Nifty 50)의 탄탄한 상승세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어느새 이렇게 올랐나 싶기도 하다. 궁금해서 인도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이미 2022년부터 '인도가 미래다' 류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었다.


왜 인도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IT/핀테크 강국에, 인구수 세계 1위 국가이며, 공학과 과학에 능통한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대안 생산국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GDP 성장률도 엄청나다.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인도 GDP는 약 2885조 원. 직전 회계연도 대비 무려 8.2% 성장했다.


니프티50(Nifty50) 지수의 추이. 인도 최대 기업 50개의 주가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한다.

특히 인도의 인재에 대한 얘길 빼놓을 수 없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CEO로 인도인들이 발탁된 사례가 제법 많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는 유대인이, 실리콘밸리는 인도인이 장악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도의 언어와 교육도 무시할 수 없다. 인도는 영어와 힌디어가 공용어다. 그래서 대다수 인도인들은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 게다가 인도 교육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의 CEO로 발탁된 이들 대부분은 인도 유수의 대학에서 IT를 전공했다.



인도인의 보편적 성향도 흥미롭다. <내가 만난 인도인>의 저자 김도영 델리대 교수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종교적이지만 물질적이고, 자기 주장을 잘하며,  남을 잘 돕지만 권력 앞에서 무너지고, 거짓말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똑똑하면서도 매운맛 인종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요즘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공학, 영어, 정치성을 다 갖춘 인재들이 풍부한 인도라는 나라에 다들 많은 기대를 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서도 나한테 하나둘 인도 투자 방법을 묻고 있다.



일본에 있는 내 이모부(일본인)가 대표적이다. 평생 주식 투자를 해본 적 없는 분이 문득 인도 투자 방법을 물어오셨다.


아마 두 가지 이유에서일 테다. 엔저+고물가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가 피부에 와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인도가 유망 투자처라는 얘기가 일본 내에서도 오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도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복잡해 보이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다. 투자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씩 알아보자.



1. 미국 증시를 통한 인도 개별 기업 투자  

2. 미국 상장 인도 지수 ETF 매수

3. 국내 상장 인도 지수 ETF 매수  





1. 미국 증시 상장 인도 기업 DR


첫 번째 방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인도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인도 기업의 원주는 아니고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사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인도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외국인이 인도 증시에 상장된 인도 주식을 직접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 대표 지수 '니프티 50'에 소속된 인도 기업들


위 그림은 인도 대표 지수인 '니프티 50'(Nifty 50)에 속한 기업들이다. 이들 중에서 일부가 미국 증시에 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인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익숙한 기업들이 눈에 띌 것이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인포시스, 타타 컨설턴시 정도는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특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워낙 유명한 회사이기에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인도의 시가총액 1위 대기업인데 석유화학, 에너지, 유통, 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기업의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는 아시아 1위 부자이며, 그의 저택 '안틸리아 타워'는 무려 2조 원에 달하는 걸로 유명하다.



미국 상장 인도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검색해보면, 한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인도 기업의 DR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없다(NH 나무증권 MTS 기준).  


1. HDFC 은행(HDFC Bank)

2. ICICI 은행(ICICI Bank)

3. 인포시스(Infosys)

4. 위프로(Wipro)

5. 닥터 레디스(Dr. Reddy's)


우선 인지도가 높은 인포시스(Infosys)를 보자. 인도 다국적 IT 기업인 인포시스의 주가는 아래와 같이 최근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게 기업의 매출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주가 흐름인지, 아니면 인도 증시 열풍이 만들어낸 가격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인포시스 주가 흐름

그래서 인포시스의 재무제표 중 매출과 영업 이익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봤다. 아래는 분기별 재무제표다. 총 매출이나 영업 이익(operating income)이 분기마다 대단히 급증하는 것 같진 않다. 아직은 실적보단 인도라는 국가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게 아닐까 한다.

인포시스 재무제표


또 다른 기업을 보자. 아래는 인도 기술 컨설팅 기업인 위프로(wipro)의 주가다. 지난 2월 고점을 찍고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차트에 나타난 최근의 큰 하락은, 위프로의 회계연도 1분기 매출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위프로의 근황을 살펴보기 위해 구글에서 '위프로 뉴스와이어'를 검색해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시스코나 AT&T 같은 기업들과 협력도 하고, 자체 소프트웨어도 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프로의 분기별 재무제표를 봤는데, 인포시스와 마찬가지로 영업 이익이 분기별로 급성장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2. 미국 상장 인도 지수 ETF


두 번째 방법은 인도 ETF를 사는 것이다. 블랙록, 위즈덤트리, 프랭클린 템플턴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일찌감치 인도 ETF를 출시 및 운용 중이다. 여기 투자하고 싶으면 미리 달러를 산 뒤 MTS에서 ETF를 사면 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상장 인도 ETF 상위 3종은 블랙록의 MSCI India ETF, 위즈덤트리의 India Earning Fund, 프랭클린 템플턴의 FTSE India ETF다. 총 운용 자산(AUM)은 각각 약 114억 달러, 39억 달러, 15억 달러 정도다.


체급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미국 S&P 500 지수 추종 ETF인 SPLG와 INDA를 아래와 같이 비교해봤다. 총 운용 자산(AUM)은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일일 평균 거래량(Average Daily $ volume)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SPLG(좌)와 INDA(우) 비교

다만 INDA의 운용 수수료는 SPY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신흥국 ETF들의 수수료는 통상 더 비싼 편이긴 하다. INDA는 지난 1년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고, 수익률은 지난 1년간 24.55%를 기록 중이다. 가격 상승률만 보면 SPY보다 훨씬 낫다.


INDA의 구성 종목을 들여다 봤다. 유명한 인도 기업들은 다 포함돼 있다. 시총 1위 대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부터 ICICI 은행, 인포시스, HDFC 은행,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 등이 보인다.


INDA의 주가 추이와 구성종목


미국 상장 주요 인도 ETF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24년 7월 26일 기준)  




3. 국내 상장 인도 지수 ETF


인도 투자를 위해 꼭 미국 상장 ETF를 사야 하는 건 아니다. 다행히 국내에도 인도 ETF가 몇 종류 출시되어 운용되고 있다.


ETF인만큼 추종하는 지수가 있는데, 대부분 니프티50(Nifty50)이라는 지수를 추종한다. 현재 국내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인도 ETF는 5가지 정도가 있다.


시가총액, 운용 보수 등 기본적인 정보는 다음과 같다 (24년 7월 26일 기준). 참고로 아래의 인도 ETF들은 환헷지(루피-원화 환율 고정)가 안 되는 상품이다. 그래서 인도 ETF를 산 이후 가격이 오르더라도, 산 시점보다 루피-원화 환율이 떨어지면(루피 약세),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다.



4. 주의점


이렇게 인도와 인도 투자 상품에 대해 정리해보니,인도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인다. 업사이드가 많이 열려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개별 기업보다는 국내 상장 인도 ETF부터 도전하면서 감을 쌓아나가는 것을 한다.


다만 인도 ETF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국내 장이 열리는 9~10시에는 되도록 국내 상장 인도 ETF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ETF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존재, 바로 LP(유동성 공급자를 의미)들이 오전 9~10시에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LP들이 오전 9~10시에 왜 일을 할 수 없냐면, '헷징'(Hedging)이라는 업무를 실시간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야. 위에서 말한 니프티50 ETF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니프티 50 ETF의 LP들은 해당 ETF의 순자산가치(NAV)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ETF 가격 사이의 차이(스프레드)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괴리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 LP들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NAV)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매수와 매도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출한다. 근데 이렇게 호가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LP들이 ETF를 보유하게 되는데, 만약 ETF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LP들은 손해를 입는다.


아마 지금 이런 표정으로 글 읽으실 듯...

보유한 ETF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 가능한 손실을 미리 방어하기 위해, LP들은 선물 계약을 매도하기도 한다(하락이 예상될 때 선물을 매도하면 오히려 수익이 발생).


문제는 니프티50 ETF의 LP들이 활용하는 선물이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개장한다. 그래서 LP들은 그때까지는 헷징 업무를 실시간으로 할 수 없어서 호가 제출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이 시간대에 일반 투자자가 인도 ETF를 매매했다간, 원치 않는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신흥국 시장 ETF의 경우 국가별 시차나, 거래소 운영, 점심 휴장 등의 이유로 LP들이 헤지 업무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런 이슈가 있는 시간대에 잘못 매매했다가 원치 않는 가격에 주문이 체결돼 버릴 수 있다.


따라서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ETF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LP들이 헤지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알아보는 게 좋다. 아래 글에 관련 내용이 잘 정리돼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미국 주식에 많이 투자하지만, 잠재력이 큰 국가와 그곳의 금융 시장에도 늘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는 아직 신흥국 단계이지만 많은 인구, 생산 가능 인력, 뛰어난 IT 역량, 금융 역량 등 여러 차원에서 주목해볼 만한 국가인 것 같다.


인도 투자, 관심 한번 가져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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