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밖에도 미국 재무부 국채는 각국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의도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늘었다 줄기도 하고, 최근 경제 기사를 장식한엔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급격히 매도가 이뤄지기도 한다. 내 주력 분야인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미국 단기채를 담보로 들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재무부 미국채 시장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변수가 개입되는 시장인 탓에, 한눈에 그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면밀히 공부해두면 미국채 시장을 통해 글로벌 정치 경제 상황을 새롭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또한 미국채 시장이 돌아가는 현황을 눈여겨 봐뒀다가 적당한 시기에 투자하기만 하면, 미국채 투자로 제법 괜찮은 투자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미국채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국채 ETF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ETF인 TLT
투자 전략에 따라서는 콜옵션이 결합된 ETF나 인버스·레버리지 ETF로 배당률과 시세 차익을 키울 수도 있다. 투자 시점에 따라서는 달러원 환율 약세로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환헷지 상품을 통해 환차손을 막는 것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미국채 시장 그리고 미국채 투자 상품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미국채 투자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기초 상식이 있다. 바로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반비례). 경제 상식 중 하나이므로 아마 다들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근데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양반들은 금리과 채권 가격의 관계를 어렵게 설명한다. 일부러 지식의 장벽을 쌓으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설명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보통은 다들 그냥 외운다. 나도 처음엔 그냥 외웠다. 그런데 궁금한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들어가겠다.
우선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를 논할 때 얘기하는 금리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겠다. 여기서 말하는 금리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모두 포함하는데, 기준금리는 연준이 FOMC라는 회의에서 발표하는 금리다.
매년 8회 개최되고, 오는 9월에도 예정돼 있다. 경제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다. 그리고 시장금리는 보통 10년물 국채의 금리를 의미한다. 10년물 국채가 가장 많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게 CPI나 PPI 같은 경제 지표다. 경제 신문 기사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만약 이 경제 지표들이 직전보다 높게 발표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가 뜨겁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하거나 혹은 도리어 인상할 거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면 국채의 시장금리가 마구 오르게 된다. 시킹 알파에서 미국채 10년물을 검색해보면, 이런 모습의 차트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시장금리는, 정확히 말해 채권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채권 수익률은 간단히 말해 채권의 이자를 액면가로 나눈 값이라고 보면 된다.
채권의 이자는 동일한데 채권의 액면가가 비싸지면, 다시 말해 분모가 커지면, 채권 수익률은 줄어들고, 액면가가 싸지면 채권 수익률은 높아진다.
4월까지는 미국 경제 지표가 잘 나왔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자꾸 뒤로 밀려났다. 나아가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왔다. 만약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인상된 금리에 맞춰 새롭게 국채가 발행될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금리에 맞춰 발행된 국채의 매력도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기존 국채를 재빨리 팔아버릴 것이고, 국채 액면가는 떨어지게 된다. 분모에 해당하는 액면가가 떨어지니까, 국채 수익률은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월 말까지 계속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하반기에 발표된 미국 주요 경제 지표들은 서서히 미국 경기의 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하반기 들어서 감소하는 추세고, 실업률이나 실업수당청구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9월에 연준이 매우 높은 확률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기대감을 보여주는 게 페드워치인데, 여기를 보면 9월 18일 연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5에서 5.25%가 될 확률이 75%로 나와 있다. 현재의 기준금리에서 0.25%, 즉 25bp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반기 들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뚜렷해지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기준금리 인하 전의 금리로 발행되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미국채의 매력이 커지니까, 미국채를 사려고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은 올라가게 되고, 자연스레 국채 수익률은 내려가게 된다. 아까 봤던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을 보면 과연 하반기부터 떨어지고 있다. 4월 말경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6% 정도였는데 현재 3.8% 정도까지 내려왔다.
10년물의 이자율에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10년물 국채를 사재기하려는 수요가 몰리니까, 채권 액면가가 높아지고, 채권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원리 때문에,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의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의 가격은 내려간다고 흔히들 얘기하는 것이다.
10년물 국채 얘기를 하다 보니, 10년물만 있는 줄로만 알 수도 있는데, 국채의 만기는 종류가 여러 가지다.
1개월짜리부터 10년, 20년, 30년 등 아주 많다. 그리고 국채의 만기가 길수록 가격의 변동폭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기까지의 기간, 즉 만기가 길수록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지 한 번 확인해보겠다.
시킹 알파에서 미국채 1개월물을 검색해보면, 4월 말부터 현재까지 5.3%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을 검색해보면, 4월 말부터 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대략 4.6%에서 3.8%까지 0.8% 떨어졌다.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의 하락폭도 커지는 걸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가격 상승폭도 훨씬 커진 셈이다.
따라서 연준이 9월에 확정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인하 추세가 앞으로 지속된다는 데 베팅하고 싶다면, 미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기채에 투자한다면 가격 상승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베팅의 정도를 좀 더 강하게 하고 싶다면, 채권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해볼 만하다. 이건 나중에 설명하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최근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미국채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국채 투자를 권하는 영상들은 작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준금리 인하할 때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관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채권 투자 콘텐츠들이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 입장에서 작년과 올초는 미국채에 투자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금리 인하를 점치기엔, 경제 지표가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현재는 미국채 투자를 시작해도 좋은 적기라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선 미국채 투자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